거래소, 코스피200 내 삼성전자 30% 시총비중 상한제(CAP) 수시적용 고심 끝 철회

30% 시가총액 비중 상한제(CAP) 적용이 오는 6월 코스피200 종목 정기조정을 통해서나 이루어질 수 있게 됐다. 당초 삼성전자 주가 강세가 계속되면서 '3월 수시적용' 여부가 한국 증시의 뜨거운 관심사였으나 시가총액 상한제(CAP) 적용 여부가 6월로 넘어갔다.
19일 오전 한국거래소는 '2020년 제1차 주가지수운영위윈회'를 열고 코스피200 지수 내 삼성전자 비중을 '30% 한도'로 제한하는 CAP 제도를 3월 수시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 CAP이 씌워지는지 여부는 오는 6월 만기일을 전후로 코스피200 구성종목 정기변경과 병행해서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인덱스사업부는 "작년 말부터 올해들어 삼성전자가 코스피2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월 20일 기준 33.5%에 달하는 등 크게 늘면서 6월 정기조정 전 3월에 CAP 수시적용을 통해 충격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6월 정기조정을 앞두고 대응기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업계 의견 등을 감안해 조기 조정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지수위원회의 결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 부분은 한국 증시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의 대표성을 살리면서도, 시장 참여자들이 느낄 불확실성과 혼란, 수급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이번 지수위원회는 실무진이 아닌 심의·의결을 정하는 상급위원회 차원에서 열렸고 9명 내외의 지수위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를 마친 뒤 한 참석자는 "코스피200 지수 자체에 CAP을 씌우는 건 지수 대표성 차원에서 정당하며 미국 나스닥 등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당연하다"라며 "다만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검토한 결과 3월 수시적용 보단 6월·12월 정기변경으로 충분하다는 건의를 듣고 거래소가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귀띔했다.
CAP 제도의 3월 수시적용 철회 이면에는 금융감독원에서 ETF(상장지수펀드)와 인덱스 공모펀드를 대상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30% 편입한도 규제'를 완화한 게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풀이된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업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오는 4월 1일부터 ETF와 인덱스 공모펀드에 한해 동일 종목의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 제한을 종전 '30% 한도'에서 '시가총액'까진 담을 수 있도록 완화하는 특례 조항을 신설했다.
지금껏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인덱스 펀드는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 현물을 30% 이상 담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시총비중이 코스피200 지수에서 30%를 넘으면서 ETF 등 패시브 운용사는 코스피200과 '추적오차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삼성전자를 30% 이상 담을 수 없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달성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