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정문이 26년의 짧은 수명을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지난해 세워진 '한옥 정문'에게 제자리를 내주고 불편한 동거를 이어온 지 반년 만에 헐리는 신세가 됐습니다.
전북대 정문은 1994년 진입로 개선사업 과정에서 나온 정문 이전 계획으로 지어졌습니다.
기존 정문 앞 도로가 비좁고 혼잡해 차량 통행 및 학생들의 등교가 불편하다는 지적에 따라 백제대로로 통하는 정문을 내기로 했던 것입니다.
사업비 7억원 중 6억원은 향토기업인 전북은행이 지역 대학과 학생을 위해 투자했던 것으로, 네개의 기둥이 상부를 지탱하는 구조로 철근과 콘크리트 등으로 지어졌습니다.
학생들은 기존 정문은 '구정문', 새로 지어진 정문은 '신정문'으로 구분해서 불렀습니다.
구정문은 자연대와 예술대, 미술관 등이 가깝고, 신정문은 사범대, 생활대, 사회대 등이 인접해서 학생들은 다니는 단과대학에 따라 통행을 달리했습니다.
통행량은 구정문 쪽이 많았습니다.
개교 73년의 역사를 가진 대학답게 오래전부터 구정문 앞에 상권이 형성된 탓입니다.
전주에 서부신시가지가 개발된 2000년대 후반까지 전북대 구정문 앞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지역 최대 상권이었습니다.
밤이면 백제로를 오가는 차량의 전조등만 빛나는 신정문과 달리, 구정문은 수많은 인파와 반짝이는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뤘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온 신정문은, 전임 이남호 총장이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를 만들겠다며 2017년 신정문 뒤에 한옥형 정문 건립을 추진하면서 결국 헐리게 됐습니다.
장장 2년에 걸친 공사 끝에 지난해 여름 한옥 정문이 제 모습을 드러냈고, 신정문은 '한옥에 어울리지 않는 흉물'이라는 질타까지 받았습니다.
전북대는 신정문 처리 방안을 두고 고민하다가 지난달 15일부터 교직원과
그 결과 설문에 참여한 교직원 87.5%, 학생 74.3%가 철거에 찬성하면서 신정문의 운명도 26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전북대 관계자는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이달 중순부터 정문 철거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개강 이전에는 공사를 마치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