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학자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오늘(14일) "영화 '기생충'에는 기생충 한 마리 나오지 않지만, 어느 기생충 나오는 영화보다 가장 기생충에 대해 잘 말해줬다"고 높게 평가했습니다.
서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 전화 통화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을 기생충학자로서 어떻게 봤는지를 묻자 이같이 답하며 "기생충이 자손 번식을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게 비슷했다"고 떠올렸습니다.
실제 서 교수 말처럼 영화 기생충에는 우리가 아는 기생충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백수로 지내다 박 사장(이선균)네 저택에 취업하는 기택(송강호)네 가족이나 가정부를 하다 쫓겨난 문광(이정은)은 기생충의 습성을 연상케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인 박 사장이 체제의 피를 빠는 기생충 같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기생충은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항문에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알이 몸에 붙으면 항문 쪽이 근지러운데 사람이 손으로 이곳을 긁고서 그 손으로 빵 등 음식을 먹게 되면 기생충의 몸속 진입은 성공하게 됩니다.
서 교수는 "(기생충처럼) 영화 속에서 기택네 가족이 박 사장네 저택으로 들어가는 방식도 흔하지 않은 방법"이라며 기생충이나 영화 속 기생충으로 여겨지는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창의성'을 봤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생충이 몸속 양분 하나만을 보고 입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정반대에 있는 항문을 선택한 것처럼, 기택네 가족도 부잣집에 취직하기 위해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동원해 실행에 옮긴 것을 언급한 것입니다.
물론 그는 "(기택네 가족의) 거짓과 사기를 동원한 방법을 옹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서 교수는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국내에서 개봉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봤다며 최근에는 영화 주요 장면을 돌려가며 다시 감상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느낀 것이라면 그것은 다름 아닌 '복지'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약자들의 삶은 밑바닥에 몰리면 사기라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복지가 왜 필요한지를 말해 준다. 약자들을 밖으로 내모는 것
서 교수는 기생충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기생충 일반은 물론이고 미라에서 발견되는 고기생충을 연구하는 그는 활발한 논문·학술발표, 저서 등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대중 매체를 통해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촌철살인과 같은 의견을 개진하며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