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이번 전염병 발발로 타격을 입으면서 과도한 공급 물량이 일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2년 만에 반 토막 이하로 내려간 패널 가격을 상승시킬 요인이 된다. 중국산 디스플레이 패널 공습에 신음하던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신종 코로나 사태를 기사회생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인포마테크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전 세계 LCD 패널 생산량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가 발발해 중국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역시 각각 중국 쑤저우와 광저우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며, 이들의 생산 타격 역시 불가피하지만 중국 기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예상이다.
특히 한창 설비를 증설하고 있는 BOE의 10.5세대 대형 LCD 생산라인(B17)과 티안마의 4.5세대 LCD(LTPS) 라인(TM8)을 비롯해 CSOT의 LCD(LTPS) 라인(T3) 등이 공교롭게도 모두 우한에 자리 잡고 있다. BOE는 LCD 디스플레이 점유율 1위 회사다. 우한에만 월 생산 능력 12만장 규모 생산단지를 두고 있다.
이는 가격으로도 나타난다. 2018년 1월 64달러까지 올라갔던 32인치 HD TV용 LCD 패널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9년 11월엔 29달러까지 추락했다. 55인치 UHD TV용 LCD 패널 가격도 마찬가지다. 2018년 1월 176달러에 달하던 가격은 지난해 11월 98달러로 저점을 찍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가 첫 발발한 지난해 12월부터 가격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2월부터 LCD 가격 상승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미 중국 춘제 연휴로 오랜 기간 공장이 가동을 쉬었고, 여기에 신종 코로나로 부품과 소재 공급망 정상화 지연이 불가피해지면서 전 세계 LCD 패널 공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2월 공급은 10~15% 정도 축소가 예상된다.
세계 시장점유율 2위인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기사회생론'은 LG디스플레이 주가에서도 나타난다. 신종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왔던 지난달 20일 1만5250원이었던 주가는 이달 5일까지 4.3% 상승했다.
그렇다고 디스플레이 업계가 완전히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아직 무리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악 국면'에서 벗어난 '기사회생' 수준일 뿐 드라마틱한 전환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30일 연 '2020년도 수출 전망 및 활성화 과제 간담회'에서 다른 업종들의 상승 속에 디스플레이만큼은 올해도 수출액이 전년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나왔다. 이승우 유진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