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현재 국내 제조사의 마스크 재고량은 약 3110만개다.
정부는 최근 잇따르는 마스크 사재기와 매점·매석 행위 등을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간주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정거래위, 국세청 등으로 합동단속반을 편성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정부는 "고시를 신속히 제정해 이런 행위로 적발된 업자는 2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늑장행정으로 '마스크 대란'이 진정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하루에 1000만개 이상의 마스크를 생산한다고 해도 마스크를 찾는 국민들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
대한민국 인구가 500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마스크 생산 규모는 5분의 1에 불과해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이번 혼란을 틈타 일부 판매자들이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가격을 수십배로 올리면서 제 값에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선 기존에 3만9000원에 팔던 KF94 마스크 60매를 최고 27만원에 판매하는 업자까지 나타나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가격을 높이려고 구매자에게 '품절'을 이유로 판매를 거부한 뒤 다시 제품가격을 높여 파는 '얌체' 판매자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선 마스크를 제때 구매하지 못한 국민들의 불만과 원성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한 시민은 "온라인 판매사이트를 3시간 뒤졌는데도 마스크 1장에 1000원이하의 제품은 없더라"며 "1000~2000원 제품을 사려고 주문을 넣으면 1000원씩 바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분노했다.
또다른 시민은 "마스크 100장을 사도 1장당 4000원이면 40만원이나 된다"며 "공장 출고가가 마스크 1장당 550원인데 이렇게 폭리를 취해도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50대의 한 가장은 "마스크 가격이 1주일 전만 해도 한 장당 600~700원이었는데 벌써 3000원대로 올랐다"며 "우리처럼 가족이 4명이면 하루에 1만3000원, 한달이면 40만원이나 드는데 어떻게 살라는거냐"고 하소연했다.
반면 양심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거나, 소폭 인상한 판매업체에 대해선 "당신은 구원자같은 존재입니다" "앞으로 사업 번창하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가격 안올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등 온갖 칭찬과 덕담이 쏟아지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국 마스크 대란이 빚어진 데는 국내에서 마스크를 사재기 한 뒤 중국에 되팔려는 '중국 다이궁'(한국에서 물건을 구입해 중국에 파는 보따리상)의 장삿속도 한몫하고 있다.
이들은 직접 현금을 싸들고 국내 마스크 제조공장으로 가서 큰 웃돈까지 제시하면서 최대 1억장씩 물량을 싹쓸히 한 뒤 중국으로 보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엔 경기 포천시 한 마스크 유통업체에서 마스크 판매업자들이 업체 사장을 찾아가 "300만장을 미리 주문하고 6억5000만원어치 대금을 납부했는데도 물품을 받지 못했다"며 싸움이 붙기도 했다.
이처럼 전국 마스크 제조· 유통망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약국, 편의점 등이 제때 물건을 못받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민간단체와 함께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마스크를 중국에 300만장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국민들이 마스크가 모자라서 난리인데 정부는 중국에 300만개를 퍼주겠다고 한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정부가 세금 걷는 것 말고 국민을 위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정부가 최소한 전염병에 취약한 아이들과 노인들의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고 가격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시민들의 주장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열린 독도 헬기 추락사고 합동영결식에서 "국민은 재난에서 안전할 권리, 위험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 안전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가지겠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일회성 뒷북행정에 급급할 게 아니라, 불안과 공포에 떠는 국민들을 진정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만 보건당국은 이번 '코로나 공포'로 자국에서 마스크 사재기 조짐이 일자, 일반 소비자 판매를 금지하는 대신 정부가 하루 400만개꼴로 생산하는 마스크 전량을 전량 구매하기로 했다.
오는 15일까
우리 정부도 국가적 위기 사태를 맞아 최소한 이 정도의 고강도 대책은 내놔야 국민들이 그나마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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