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 아파트를 짓는 지역주택조합이 주변보다 2배가량 비싼 가격에 땅을 판 지주 형제를 상대로 240억원대 부당이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습니다.
주택조합이 아파트를 착공한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는 대구에서 분양가가 가장 높은 곳입니다.
오늘(30일) 대구지법 등에 따르면 대구 한 사립고교 재단 이사장 형제는 50%씩 지분을 가진 범어동 한 주차장 터 2천370여㎡를 2017년 12월 지역주택조합에 넘겼습니다.
2015년 합의한 첫 매매 계약이 무효가 된 뒤 2017년 다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최종 거래에서 형은 260억원에, 동생은 334억원에 계약했습니다.
당시 주택조합이 다른 지주들에게 사들인 땅 평균 취득 가격은 3.3㎡당 4천300만원 정도였지만 형제에게는 3.3㎡당 7천200만∼9천200만원을 지불했습니다.
다른 땅보다 2배가량 돈을 더 치른 주택조합은 형제가 '폭리'를 취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1차 매매 계약 대금을 넘어서는 부분은 불공정한 법률 행위에 해당해 무효인 만큼 돌려달라"고 한 것입니다.
주택조합은 형에게 86억여원을, 동생에게 160억여원들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송에서 "아파트 건축을 위해서는 전체 사업면적의 약 7.18%에 해당하는 피고 형제 소유 땅을 반드시 취득해야만 하는 상태에 있었는데 피고들이 이를 알고 폭리를 취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2차 매매 계약 때는 이미 주변 상당수 토지를 확보한 후여서 1차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구지법 민사12부(최운성 부장판사)는 최근 "주택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토지를 사들일 때 토지 이용 현황, 장래 이용 가치, 규모, 매입 시기 등에 따라 인접 토지라도 그 가격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설령 원고인 지역주택조합이 몹시 곤궁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토지에 별도 개발계획을 추진하던 피고들이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또 "1·2차 계약이 이뤄진 2년 동안 토지 가격 상승분을 고려하면 해당 차액이 피고들의 악의에 따른 것으로 볼 만큼 터무니없는 금액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역 주택업계에서는 이 사례처럼 시행단계에서 주변 지역과 금액 차이가 많은 고가 토지 거래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