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최대 1817억원 규모의 개방형 펀드에 대해 2월 말까지 환매 연기를 선언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의 대부분 개방형 펀드는 벤처기업과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문제가 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와는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TRS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함에 따라 부득이 환매 연기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알펜루트자산운용 관계자는 "모자형 펀드 구조를 취하고 있지 않고 TRS 사용 규모는 전체 수탁액 대비 5% 수준에 불과한데도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부서의 리스크 회피로 대량 환매가 들어왔다"며 "모든 자산리스트와 세부내역은 작년 10월 이후 모두 공개했으며 자산의 급매나 저가매각으로 인한 수익률 악화를 막기 위해 환매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레버리지대출을 회수할 때 PB센터에서 개인투자자에게 안내해 환매규모를 키운 것으로 알려져 향후 타 증권사들도 TRS 계약 해지 시 개인투자자들의 환매도 동시에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자기 돈만 뺀다면 자기 이익만 챙기는 걸로 보여 나중에 문제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19개 자산운용사가 증권사들과 맺은 TRS 계약은 2조원가량이다. 주식 TRS가 대부분이고 라임자산운용이나 알펜루트자산운용의 경우와 같은 펀드 TRS의 규모는 1000억원대라 TRS 계약 해지 자체로 인한 자금 이탈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과 같이 증권사 자금과 개인투자자 자금이 동시에 빠질 때는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의 PBS 역할을 해 위험을 사전에 감지할 수도 있었는데 판매처에선 계속 펀드를 판매한 행태가 비판을 받자 다른 증권사들은 PBS부서가 돈을 뺄 경우 WM부서에서 고객자금의 회수도 권유하게 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신한금융투자가 42조9152억원 등으로 총 331조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를 통해 사모펀드운용사를 지원해야할 증권사가 펀드 대량 환매요구로 시장 불안감을 증폭시킨 점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증권사 PBS의 역할은 사모펀드 운용지원과 인큐베이팅을 위한 것임에도, 오히려 펀드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도한 쏠림현상
이날 회의에는 TRS 서비스를 하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증권, NH투자증권, KB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TRS 담당 임원이 참석했다.
[김제림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