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인 김경란이 스스로를 채찍질해 온 지난 날을 떠올리며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
(인터뷰①에 이어) KBS 재직 시절, 김경란에 대해서는 루머 아닌 루머가 있었다. ’세상 흐트러진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 아나운서’라는 것. 실제로 회사 안에 분장실이 있음에도 불구, 방송 전 이미 완벽하게 메이크업을 하고 도착한 탓이었다.
"그건 아마, 덜 친한 후배들의 이야기였을 거예요. 지금도 헤어 메이크업을 혼자 하지만, 그 때도 사실 저는 생각보다 빡세게 살았어요. KBS 입사 전에 부산MBC, 청주KBS에서 일하면서 그 때도 어깨너머로 배워 스스로 해왔고, KBS 들어와서도 제일 편한 게 집이니까 집에서 하고 왔거든요. 방송이 4시 반 스탠바이니 어쩌겠어요. 남들이 보기엔 부스스한 모습 한 번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었을 거예요."
소위 ’잘 나간’ 방송인이었기에, 그를 바라보는 무수한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김경란. ’KBS 공채 아나운서의 전형’으로 불리던 시절, 그 스스로도 자신에게 엄격했던 모습은 타인에게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내비쳐졌고, 때로는 뒷말도 등장했다. 하지만 김경란은 "누구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싶어 하는데, 정작 흐트러진 모습을 보면 뒷말을 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저 예전보다 되게 많이 너그러워졌어요. 나름 즐기고 있죠.(웃음) 예전엔 출근하던 안하던 무조건 7시 반이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쉬는 날엔 알람도 안 맞춰요. 저를 그냥 놔두는 거죠. 내가 응당 그렇게 살아야겠다 생각했던 게, 꼭 그러진 않아도 되겠구나 싶으면서도,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그 많은 일들을 해냈구나 싶기도 해요."
한창 때 김경란은 하루에 프로그램을 5개도 소화했다. 소위 ’살인적’ 스케줄이 일상이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김경란은 "내 인생에 못 하는 건 없었다. ’못할 것 같아’가 아니라, ’해야만 해’였다. 그렇다 보니 내 삶을 꾸려가는 것도 스스로 어떤 잣대와 틀을 많이 갖다댔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아나운서의 전형'으로 대중에 각인됐던 김경란은 '유니크한 방송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유용석 기자 |
김경란은 "그래야 한다고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어도, 나 스스로 너무 강요하고 살았다. 못하면 안되고,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러지 않아도 내 마음이 편하면 되고, 나라는 사람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를 아는 게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깅경란은 방송인이자, 엔터테이너로서의 지향점에 대해서도 말했다.
"국악방송에서 ’문화시대의 김경란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을 맡고 있어요. 국악방송이지만 문화 전반을 다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난이도가 사실 쉽지 않죠. 예전에 KBS 재직할 때 ’남친’이라는 단어를 썼다가 경위서를 쓴 적이 있을 정도고, 그만큼 저는 제약이 많았던 DJ였는데요. 여기선 제약이 거의 없어요. 비속어만 쓰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것, 묻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죠. 그런데 어느날 한 청취자로부터 ’참 유니크한 방송 잘 듣고 있다’는 피드백이 왔어요. 우리에게 유니크하다고 해서, 정말 놀랐죠. 왜냐면, 저는 ’아나운서의 전형’, ’아나운서 중의 아나운서’라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었거든요. 전형, 정형화 되어있단 이야기만 들어왔고 독특하다는 건 저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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