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측과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의 갈등은 최근 '욕설 대화' 녹음파일로 수면위로 불거졌지만, 수년간 누적된 갈등이 지난해 병실 배정 문제로 폭발해 양측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1일 외상센터 의료진이 아주대병원 본관 응급병실에 외상환자를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입원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병원 측은 '외상 외과 환자 입원은 외상 병동에서만 가능'이라는 병원장 지시를 근거로 본관 외상 병동 병실이 가득 찬 상황에서 외상환자에게 응급병실을 내주는 것은 병원장 지시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이 환자의 입원 결정을 머뭇거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일로 외상센터 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병원 측이 새로운 지침을 내놨지만, 이 지침은 외상센터 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병원 측이 내놓은 지침은 '외상 외과 환자는 권역외상센터 배정을 원칙으로 하되 가용 병상이 없을 시 주말 및 공휴일에 한해 응급 병동으로만 배정 가능'입니다.
이에 외상센터 의료진들은 "휴일과 평일의 차이가 뭔가", "주말에 다치면 입원이 가능하고 평일에 다치면 불가능한 것인가", "그럼 우리도 환자를 주말 및 공휴일만 보라는 것인가" 등의 의견을 내며 병원 측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외상센터 측의 비판이 거세지자 병원 측은 결국 나흘 만에 이 지침을 철회하고 주말이나 평일, 주야간 모두 외상센터가 본관 응급병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 개선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병원과 외상센터 간의 병실 배정 문제는 계속됐고 이국종 교수는 한달여 뒤인 지난해 9월 9일 한 외상환자에 대한 응급 전문의 기록지에 이 문제로 인한 참담한 심경을 기록했습니다.
이 교수는 기록지에 "외상센터 병동이 다 찬 관계로 응급병실에 입원시키고자 함. 병원장 지시사항이라며 입원실을 내어 주지 않음. 직접 응급실 원무팀 방문해 병상 상황 확인함. 결과 응급병실은 38병상, 전체 본관에는 140병상 이상의 공실이 있음을 확인. 병실 확보함. 이런 식으로 계속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적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부터 2달가량 이어진 병동 리모델링 공사로 본관의 병상 100여개를 사용할 수 없게 돼 병실 배정 문제가 악화했고 지난 13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이 교수에게 욕설하는 대화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이 교수와 병원 사이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문제의 녹음파일은 4∼5년 전 이뤄진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전해져 적어도 그 이전부터 병실, 인력, 예산 등과 관련한 외상센터 운영을 두고 쌓여온 이 교수와 병원 사이 갈등이 지난해 한계점에 이르렀고 최근 공개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외상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병실 배정 문제가 심각했고 닥터헬기가 도입되면서 인력 부족 문제도 악화했다"며 "병원은 현재 적자 상태가 아니어서 돈 때문에 병실을 내주지 않거나 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외상센터가 밉보여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아주대병원의 이익은 2015년 72억원에서 2018년 623억원으로 많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 1천87개 병상 중 소아·청소년과, 정신과 등에서만 쓸 수 있는 특수병상 320개를 빼면 750여개 병상을 40여개 과에서 나누어 쓰는 상황"이라며 "때에 따라 공실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과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지난해 문제가 된 지침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국종 교수는 최근 해외에서 이뤄진 해군 훈련에 참여했다가 귀국했지만, 이달까지 해군 파견 상태여서 다음 달 3일
병원 측과의 갈등이 외부에 알려진 뒤 "너무 지쳐서 더는 외상센터 일을 못 하겠다"는 심정을 밝힌 이 교수는 병원에 복귀하는 대로 외상센터장 사임계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병원 측은 "현재로서는 내놓을 입장이 따로 없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