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미로든 지금이 ‘딱’인 제철 영화다. 시리지만 뜨겁고 불편하지만 가슴 아리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이다.
영화는 1979년, ‘제2의 권력자’로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담는다. 메가폰은 18년간 지속된 독재정권의 종말을 알린 실제 사건과 관련 인물들의 심리·관계를 면밀히 따라가간다. 동아일보에서 총 26개월 간 연재됐던 취재 록 가운데 중앙정보부 마지막 40일의 순간을 영화화한 것.
헌법 위에 군림했던 중앙정보부의 수장이자 권력 2인자였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은 이병헌이, 권력 1인자 ‘박통’ 역은 이성민이 각각 맡았다. 김규평의 절친한 동료이자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은 오랜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곽도원, 대통령 경호실장이자 김규평과 대립각을 세우는 ‘곽상천’은 이희준이 분해 열연을 펼친다. 홍일점 로비스트 데보라 심은 김소진이 연기한다.
다만 어떤 작품이나 캐릭터든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줬던 이희준은 높은 비중과 (상대적으로 보여줄 게 많은) 입체적 캐릭터를 맡았음에도 무난한 연기로 고수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묻힌다.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장면들도 더러 보인다. 캐릭터를 위해 25kg이나 찌웠지만 그 노력이 표현의 원동력이 되진 못한 듯하다.
‘내부자들’의 강렬함이나 자극적이면서도 빠져드는 마성의 매력,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무겁고 어두울 수 있다. 재미 역시 덜 할수도 있다. 반면 ‘마약왕’에서 느껴졌던 난해함과 감독의 과욕에 비해서는 훨씬 대중적으로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긴장감과 메시지,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다.
이 같은 소재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혹은 그렇지 않은 관객 모두가 크게 불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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