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사적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공공의 이익 실현 목적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서 배드파더스를 통한 양육비 지급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창열)는 15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모씨(57)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수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고, 문제 해결 방안이 강구되는 상황"이라면서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구씨는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의 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애초 벌금형으로 끝날 뻔 했다. 검찰이 벌금 300만 원에 구씨를 약식기소한 사건을 법원이 일반적 명예훼손사건과 성격이 다르다며 직권으로 재판에 회부했다.
이후 재판부는 14일 오전 9시 30분부터 15시간 동안 국민참여재판을 열어 무죄 결론을 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은 "사인(私人)인 피해자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볼 수 없고, 이들에게 확인절차도 없이 과다한 개인정보를 공개했으며, 이로 인해 침해된 사익이 크다"고 벌금형을 구형한 이유를 밝혔다.
이에 구씨 측변호인은 "외국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들며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면서 "이 사건은 가해자가 피해자로 뒤바뀐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공익적 목적으로 활동해온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일"이라면서 "이번에 처벌이 이뤄진다면 비난이 두려워 숨죽이고 있는 가해자들까지 피고인을 고소하려 나설 것"이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구씨는 최후 변론에서 "한국에는 양육비 피해아동이 100만명이나 된다"면서 "아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구 씨와 함께 기소된 양육비 미지급 사례 제보자 A 씨에게는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배심원도 전원 유죄 및 벌금 50만원 의견을 냈다.
A 씨는 배드
검찰은 2018년 9월부터 같은 해 10월 사이 배드파더스로 인해 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남성 3명, 여성 2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해왔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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