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이렇게 1년에 2번, 공개수배 명단 20명을 확정해 얼굴을 공개합니다. 해마다 2, 3만 부 정도씩 배치하죠. 경찰서에도 붙이고, 터미널, 역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공개하고 신고를 기다립니다.
공개수배 검거율은 얼마나 될까요. 최근 5년간, 공개수배 피의자는 모두 72명. 이 중 33명이 붙잡혔으니 46%. 검거율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생기죠. 요즘 같은 시대에 전단지보다는 포털에도 공개하고, SNS를 이용하면 더 효과가 커지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하지 못합니다. 공개수배는 신상을 공개하는 만큼, 혹시라도 수배자가 극단적 선택이라도 하면? 또 나중에 혹시 무죄 선고를 받으면? 일을 되돌릴 수도 없고, 온라인 곳곳에 퍼져나간 신상정보를 죄다 지울 수도 없거든요. 경찰이 그 책임을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겁니다.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흉악범들의 수법은 하루가 다르게 교묘해지고, 또 악랄해지는데 이 범죄자를 추적하는 방법은 시대와 동떨어져야 한다는 건 문제가 있지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말처럼요.
다른 나라들 역시 우리와 같은 공개수배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디지털 활용 면에서는 앞서 있습니다. 2016년 뉴욕 연쇄 테러 용의자는 수배 후 불과 3시간 만에 검거됐습니다. FBI가 뉴욕시민 수백만 명의 휴대전화에 신원을 공개했거든요.
제도 개선도 없이 필요한 법도 만들지 않고, 종이 한 장에만 의존하는 우리. 지금이 어떤 세상입니까. 유전자까지 확인해서 수십 년 전의 범죄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인 거 맞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