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부 '실세'를 제거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택은 '대응 공격' 방안 중 가장 강경한 것이어서 참모진조차 크게 놀랐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이라크 키르쿠크 미군기지에서 협력업체 소속 미국 민간인 1명이 사망하는 로켓 공격을 당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 휴가차 머물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안보 담당 최고위 참모들이 모였습니다.
참모들은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이란 선박 또는 미사일시설 타격,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 공격 등 여러 대응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는 다른 대책이 더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보이도록 할 의도로 제시된 '비현실적' 방안이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습니다.
미국이 다른 주권국가의 장성 지휘관을 죽이는 것은 전시가 아니고서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이란과 긴장 고조나 중동 내 불안정 확산 등 심각한 후폭풍을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솔레이마니 이전까지 미국이 외국의 군부 고위 인사를 제거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야마모토 이소로쿠 일본 연합함대 사령장관을 처단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공화당 매파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솔레이마니 제거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솔레이마니 제거가 아니라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시아파 민병대 조직 '카타이브-헤즈볼라' 시설을 폭격하는 '더 합리적인' 방안을 지난달 28일 택했습니다.
이란은 그러나 이조차도 균형에 맞지 않는 과도한 대응이라고 판단했고, 이란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는 대규모 폭력 시위를 벌이고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을 습격했습니다.
미국대사관이 습격당하는 모습을 TV로 보고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솔레이마니 제거를 선택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이란에 대한 보복 폭격을 '몇 분 전에' 취소하는 등 군사작전을 기피하는 성향을 보였기에 솔레이마니 제거를 선택한 2일 밤 결정에 미국 국방부는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stunned)'고 NYT는 전했습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극적 선택'에 참모들조차도 놀랐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의사 결정 과정과 관련,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 사망 후 처음부터 가장 강경한 대응책인 솔레이마니 제거를 원했다며 일부 다른 설명을 내놨습니다.
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정치 담당 참모들과 만나 재선 선거운동 등에 대해 논의하던 도중 5시께 회의장에서 빠져나와 솔레이마니에 대한 드론 공습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일부 참모는 뚜렷한 '임박한 공격'의 증거 없이 공습하는 데 따른 법적 정당
'임박한 공격 위협'이 있었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의 발언과 달리 한 당국자는 지난달 30일 당시 파악된 정보로는 중동 상황이 '일상적'이었고, 솔레이마니의 동선도 '평소 업무'였다고 NYT에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