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눈(雪)이 사라졌다. 눈 대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쳤다. 기상청이 적설량 관측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73년 이후 올해처럼 눈 구경하기 힘든 겨울은 없었다. 쌓인 눈이 없다 보니 동네에서 눈사람 구경하기도 어렵다. 겨울이 따뜻한 탓에 2018년 12월31일 첫 얼음이 얼었던 한강은 올 겨울 쌩쌩한 모습이다.
5일 기상청이 발표한 '2019년 12월 기상 특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전국의 최심신적설은 0.3cm로 관측 이래 가장 적었다. 최심신적설은 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 중 가장 많이 쌓인 곳의 깊이를 뜻한다. 서울은 최심신적설 0.0㎝를 기록했다. 눈이 내렸지만 그 양이 너무 적어 측정이 무의미할 정도였다. 지난 2004년 12월 이후 가장 적은 적설량이다. 인천, 대전, 포항, 대구, 전주, 울산, 광주, 부산, 여수, 제주에는 아예 눈이 내리지 않았다.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눈 대신 비가 오는 날이 많았다. 12월 전국 평균 기온은 2.8도로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은 26.3㎜로 평년과 비슷했다.
기상청은 "시베리아 고기압이 평년보다 약했고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도 높아 한반도 남동쪽에 고기압이 지속돼 온화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 없는 겨울은 절기상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6일부터 8일까지 한반도 남쪽과 대만 인근에서 고기압이 큰 규모로 발달해 온난 습윤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눈보다는 주로 비가 내릴 것"이라며 "겨울비 치고는 길게 이틀가량 비가 오고 전체 강수량이 봄철과 같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베리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한반도뿐 아니라 유라시아 북쪽 극지방도 눈 없는 겨울이 지속되고 있다. 시베리아에 위치한 노보시비르스크는 12월 평균 최저기온 영하 16.4를 기록하는 추운 지역이지만 올 겨울은 영하 5도에서 영하 10도로 비교적 따뜻하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배경지로 알려진 노르웨이에선 도시 곳곳의 최저기온이 영상을 웃돌며 눈 대신 비 오는 날이 많다.
'눈 가뭄'으로 겨울축제 1번지 강원도는 비상이다. 눈을 콘텐츠로 한 '태백산 눈축제'가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열릴 예정이지만 눈이 내리지 않아 겨울 분위기가 실종됐다. 평년보다 높은 기온도 문제다. 겨울답지
[강원 = 이상헌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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