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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모호한 잣대`로 개입…당장 내년부터 이사해임 가능

기사입력 2019-12-27 17:54 l 최종수정 2019-12-27 19:33

◆ '무소불위'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당장 내년 주주총회에서부터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가기관의 1차 수사만으로도 국민연금이 바로 이사 해임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통과하면서다. 재계의 격한 반대 속에서 열린 이날 기금위에서는 기금운용위원인 재계 대표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보이콧으로 부재한 가운데 안건이 통과됐다. 기금위에는 위원 20명 가운데 13명이 참석했고, 참석자 가운데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국민연금은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9차 기금위를 열고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심의·의결했다. 기금위는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이날 결정된 내용은 시행 시기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당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보면 오히려 기업의 경영권 침해 우려를 키우는 조항이 추가되는 등 보완이 아니라 개악에 가깝다는 반응이 재계를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 지난달 기금위 이후 이달 초중순 두 번의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노동계 측 제안 중심으로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이 기업에 대해 주주제안에 이르기까지 거쳐야 하는 세 번의 절차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나 기금위 판단으로 단축될 수 있도록 변경된 부분이 꼽힌다.
지난달 논의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중점관리 사안에 대해 단계별로 1년 단위로 총 세 단계의 절차를 걸친 뒤 주주제안을 발동할 수 있다. 기존 안대로라면 주주제안까지 최대 3년까지 걸릴 수 있던 절차가 최종안에서는 대폭 단축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결국 국민연금이 규정한 중점관리 사항에 해당하면 즉시 주주제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기업 배당정책 △임원 보수 △횡령·배임·경영진 사익 편취·부당 지원 등 법령상 위반 우려 등을 기준으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를 가린다. 특히 '법령상 위반 우려'는 국가기관의 1차 수사를 일컫는 것이라 최종 판결에서 무죄 결론이 나더라도 의혹만으로도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위한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불법행위를 가리는 재판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는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어떤 단계든 불법 우려가 있을 때 주주로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논의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법령상 위반 우려'에 해당하는 횡령·배임·사익 편취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칼끝이 최근 오너가 검찰 조사를 받은 효성과 대림산업을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올해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사익 편취 혐의로 검찰로부터 고발을 받은 상태다. 조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에 만료되기 때문에 내년 주주총회 전 국민연금이 비공개 대화를 시도하고도 진전이 없거나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이 주총에 올라올 경우 국민연금은 재선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대림산업 이 회장 역시 임기가 2020년 3월에 만료된다. 국민연금은 효성 지분을 10%, 대림산업은 12.2%를 갖고 있다.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는 지적을 의식해 국민연금은 대신 주주제안을 철회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기로 했다. 최종

가이드라인에는 주주제안 대상이 된 기업만의 사정이 있거나 해당 기업이 산업계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주주제안 단계에서도 제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추가됐다.
박 장관은 또 "수탁자책임활동 절차가 실제 단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홍혜진 기자 /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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