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이사회 산하 회추위는 지난 26일 서울 모처에서 후임 회장 후보 10여 명의 롱리스트 명단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선 향후 숏리스트를 추려낸 뒤 개별 면접을 통해 12월 중순께 최종 후보를 확정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회추위는 앞서 이달 14~15일 진행된 이사회 이후 관련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례에 따라 후보군에는 조 회장은 물론 신한은행·카드·금융투자·생명·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도 이름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신한금융 측은 회추위 개최와 동시에 향후 일정과 논의 내용을 공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회추위는 모든 절차를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만우 회추위원장(고려대 교수) 등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위원들은 지주 이사회 사무국과도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추위 측은 이날 취재 확인 요청에 "특정 날짜를 밝힐 수 없지만 현재 (회추위가) 진행 중인 것은 맞는다"며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 마무리가 되면 전 과정에 대해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히겠다"면서 "이번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는 회추위가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회추위가 내년 1월 중 열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두 달 가까이 앞당겨진 것은 조 회장 연임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 회장은 재임 기간 중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고 당기순이익 1위로 리딩뱅크 지위를 탈환하는 등 경영 실적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2015~2016년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의 채용 비리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유죄 판결 시 CEO의 경영 공백 우려가 변수로 꼽혀왔다. 조 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은 다음달 18일, 선고는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상된다. 앞서 1심을 치른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채용 비리 재판에선 모두 유죄가 선고된 바 있어 신한은행 역시 법률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경영진 형사처벌에 대해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경영진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사회가 조 회장을 신뢰해 연임을 결정한다면 확정판결 때까지 경영을 지속하는 데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유죄 판결로 경영 공백이 생길 상황에 대한 대책까지 고려해 이사회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 12월 중하순에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CEO 인사가 결정돼야 하는 점을 고려해 조 회장의 연임 문제를 일찍 정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앞서 한동우 전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던 2013년에도 11월에 첫 회의를 열고 12월 11일 연임을 결정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회추위 측은 일단 회장 후보 선출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회추위 관계자는 "1심 선고 일정을 마냥 기다린다면 오히려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걸로 비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여러 후보군을 충분히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재판받는 CEO의 연임에 대한 우려를 조만간 신한금융 사외이사들에게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 CEO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최종 확정이 아니더라도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고는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금융사의 경영 안정성 측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독립성을 강조하는 신한금융 회추위 측과 지배구조 안정성을 강조하는 금감원 간 기류 차이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