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홈런왕이 30개도 못 치는 상황은 피했다. 박병호(키움)가 가장 먼저 30홈런을 달성했다. 개인 108번째 경기 만이다. 그렇지만 30홈런도 치기 어려운 현실이다. 후보는 박병호 외 많아야 2명 정도다.
박병호는 3일 잠실 두산전에서 8회 윤명준의 실투(131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시즌 30호 아치를 그렸다. 이승엽(1997~2003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6시즌 연속 30홈런(2012~2019년·2016~2017년 해외 진출)이다.
홈런 30개를 날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기록이다. 반발계수를 줄인 새 공인구의 도입으로 홈런이 지난해보다 경기당 1개(2.44개→1.42개) 줄어들었다.
↑ 샌즈(오른쪽)는 박병호(왼쪽)를 따라 30홈런을 칠 수 있을까. 키움은 14경기가 남았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
시즌 개막 전 30홈런도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예상대로 홈런은 줄었다. 전반기 20홈런을 기록한 선수도 3명(최정·로맥·샌즈)뿐이었다.
부상으로 보름간 1군 제외됐던 박병호도 30홈런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시즌을 치르면서 내가 30홈런이 가능할지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전반기에 30홈런도 쳤다. 공인구가 확실히 멀리 안 날아간다는 걸 느낀다. (그렇기에) 30홈런을 쳐 속이 후련하다”라고 말했다.
1996년 이후 홈런왕이 30개도 날리지 못한 건 2006년 이대호(26개·롯데)가 유일했다. 당시 리그 평균 타율은 0.255로 투고타저가 극심한 시기였다. 경기당 평균 홈런도 1.31개(504경기 660홈런)였다.
올해는 그때만큼 아니다. 다만 거포를 상징하던 30홈런이 누구나 가까이 갈 수 없게 됐다. 10구단 체제로 시작한 2015년 이후 30홈런 타자는 6명, 7명, 7명, 11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이였다.
이대로면 30홈런이 홈런왕 등극을 상징할 수도 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0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1위 1명이었다.
3일 현재 팀당 14~21경기가 남아있다. 몰아치기에 능한 선수들도 있으나 냉정히 말해 샌즈(27개·키움), 최정(26개·SK) 정도만 30홈런을 기대할 수 있다.
샌즈는 5월 이후 매달 꾸준하게 5~6개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 후반기 장타 욕심을 버렸던 최정도 8월 20일 문학 롯데전 이후 타구가 자주 멀리 날아가고 있다. 반면, 로맥(23개·SK)은 후반기 홈런 두 방에
정규시즌 막바지 홈런 1위 경쟁보다 멀찍이 앞서는 박병호의 홈런 생산에 더 관심이 간다. 박병호는 최근 장타력이 살아났다. 최근 8경기 안타 11개 중 9개(2루타 3개·홈런 6개)가 장타였다. 8월 27일 청주 한화전에서 홈런 4개를 날리기도 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