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닉스) 김재호 특파원
오랜만이다. 류현진(32·다저스)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는 것은.
류현진은 30일(한국시간)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경기 선발 등판, 4 2/3이닝 10피안타 1볼넷 4탈삼진 7실점으로 난타를 허용했다. 투구 수는 93개, 평균자책점은 2.35로 또 다시 상승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3회까지 그는 완벽했다. 피안타 한 개만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투구 수도 41개로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4회와 5회에만 9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무더기로 실점했다. 그 9개중 3개는 장타였다.
↑ 류현진이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이날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 26개, 커브 22개, 커터 19개, 체인지업 17개, 투심 패스트볼 9개를 던졌다. 앞서 체인지업으로 많은 땅볼을 유도했던 것과는 달리, 커브와 커터의 비중을 늘려 애리조나를 상대했다.
이 작전은 난타를 당하기 전까는 효율적이었다. 모든 구종으로 헛스윙과 범타를 유도하며 그다운 피칭을 했다.
4회에 2루타 2개를 허용했지만, 타구가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며 나온 2루타였다. 오히려 대타 일데마로 바르가스에게 안타를 허용한 커터가 아쉬웠다. 가운데로 몰린 공이었다.
5회는 첫 두 타자를 잡으며 쉽게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 허무하게 무너졌다. 5개의 안타를 연달아 맞았는데 커브가 2개, 체인지업 1개, 투심과 커터가 1개씩이었다. 이 안타 중에 3개는 2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유리한 카운트에 맞았다. 2-0 카운트에서 존스에게 맞은 2루타는 할 말이 없다해도, 나머지 안타들은 조금만 집중력을 발휘했으면 막을 수 있는 안타들이었다.
구속도 조금씩 떨어졌다. 상대 타선과 두 번째 대결까지는 93마일도 세 차례 기록했던 그다. 그러나 세 번째 대결에서는 91마일을 넘기지 못했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힘이 떨어진 것이었다.
결국, 이날 경기도 지난 두 차례 등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기 후반 체력 저하로 인한 집중력 저하, 그로 인한 제구 난조가 총체적으로 작용하며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
포스트시즌을 한 달 정도 앞두고 닥친 슬럼프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최고의 시즌이 최악의 마무리로 끝날 가능성까지 있다. 그가 앞에 보여준 것이 없다면, 이 세 차례 등판으로는 선발 로테이션 잔류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처참한 모습이다. 이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는 있을까?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