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서울 곳곳엔 산 위에 집을 짓고 사는 달동네가 생겨났었죠.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서울의 한 달동네에서 멀쩡한 집이 헐리고 골목길이 사라지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십수 년을 산 주민들은 답답한 마음에 밤잠도 잘 이루지 못한다는데요.
박자은 기자가 그 사연을 알아봤습니다.
【 기자 】
11년 전 달동네에 들어온 장미순 씨.
집 한 쪽 벽을 잘라내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집 일부가 자기 땅에 지어졌으니 해당 부분을 철거하라"는 이웃 주민의 요구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장미순 / 주민 (11년 거주)
- "저희는 억울한 거죠. 그 옛날 주인들도 후 주인들도 제가 왔을 때도 그게 이집 땅이라고 하는데."
장 씨 집과 맞닿은 땅을 매입한 외지인 A 씨가 이곳에 집을 짓는다며 새로 토지 경계선을 측량하더니 이렇게 철거 계고장을 보낸 겁니다.
장 씨 말고도, A 씨가 산 땅과 이웃한 다른 두 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 스탠딩 : 박자은 / 기자
- "이곳은 원래 방이 있던 자린데요,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고, 한 쪽에는 이렇게 대문이 부서진 채 방치돼 있습니다."
▶ 인터뷰 : 정복자 / 주민 (12년 거주)
- "살고 있는 집을 갑자기 다 헐어놓고 거실도 없어졌어요. 제가 너무 힘들어서 먹지도 못하고 심장병이 생겼어요."
심지어 주민들이 오가던 오래된 골목길까지 없어졌습니다.
▶ 인터뷰 : 김복순 / 주민 (30년 거주)
- "여기를 막아놓으니까 걸어 다닐 수가 없어. 무지하게 답답해요."
동네 토지 구획이 엉터리다 보니 비롯된 일이지만 법원은 외지인 A 씨의 손을 들어줬고, 관할 지자체인 담당 구청도 뒷짐만 지는 상황,
수십 년 살던 집을 속수무책으로 허물게 된 주민들만 날벼락을 맞게 됐습니다.
MBN뉴스 박자은입니다.[jadooly@mbn.co.kr]
영상취재 : 김준모 기자
영상편집 : 이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