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가을 분양을 예정했다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예고 등으로 정확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둔촌주공아파트` 철거 현장. [사진 제공 = 현대건설] |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 재건축·재개발은 사실상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져 '올킬'이 예상된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이미 전세가격이 불붙은 상황에서 전세난을 더 부채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 국토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다음주 발표될 주택법 개정안에는 재개발·재건축 단지와 같은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집값 과열이 심각한 강남 등 특정 지역에 한정해 적용 초점을 맞춘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예를 들어 '물가상승률의 2배'인 전제조건을 1.5배 수준으로 낮추면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을 비교할 때 서울에선 강남3구와 마포·용산·성동구 등 다수 지역이 민간 상한제 적용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수도권 지역에서도 과천, 구리, 광명 등 다수 지역이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처음 시행하는 만큼 부작용이 없도록 꼭 적용이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시행 후 추가적인 적용 대상 확대를 검토해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정부가 강남 재건축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까지 8차례 굵직한 대책을 내놨지만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를 위주로 집값이 오를 기미를 보이자 내놓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실제 잠실주공5단지 등은 9·13 대책 이후 2억원 가까이 떨어졌던 가격을 대부분 회복하고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국토부 입장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역풍'을 하나같이 경고하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도 분양가상한제가 서울 집값을 잡는 특효약이라면 쓸 수 있지만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추세와 맞물려 분양가상한제는 수도권 전세가격을 폭등시킬 수 있고 이는 집값의 하방을 떠받치며 되레 밀어올릴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1.5% 수준인 기준금리가 하반기 추가 인하될 수도 있는 시점에서 집 주인은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게 되는데, 분양가상한제로 수요자들도 청약을 기다리며 집을 사는 대신 전세를 찾게 되면 '전세 과수요' 상황이 빚어진다는 의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택 공급을 줄여 건설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쳐 상당한 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서울시내 공급 물량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최근 강남 등 대치·도곡동 등 8학군 인근에선 자율형사립고 줄폐지로 인해 전셋값이 심상치 않은 속도로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최운열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내 일각에서 사실상 반대 목소리까지 나왔다.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진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표심을 악화시킬 수 있는 분양가상한제 대책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6일 "당정 협의를 거쳐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 문제로 당정 협의 일정을 잡지 못했을 뿐"이라며 "유보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윤관석 의원도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위해선 당정 협의를 통해 시행 시기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있지만 김현미 장관과 상한제 관련 공감대를 모은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칼을 뽑은 것은 본격적인 이사철을 앞두고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9% 오르며 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고
[이지용 기자 / 김효성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