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日 경제 전면전 ◆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외환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악재로 당분간 원화 약세가 이어지며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종가(1188.5원)보다 9.5원 떨어진 119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약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면서 전날부터 두드러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으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를 '보험적 성격'으로 한정하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낮췄다. 통상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국내 시장에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져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는 요인이 되지만 전날 달러 강세가 나타난 것은 이런 이유다.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확산될 조짐이 보인 것도 이날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위터를 통해 다음달 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기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불확실성에 불을 지폈다.
엔화당 원화값도 오후 3시 55분 기준 1120.41원에 거래됐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1087.92원)보다 32.49원 떨어진 것이다. 엔화는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취급돼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음주 중 달러당 원화값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200원이 붕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홍성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연준 결정에 이어 일본 무역분쟁으로 국내 수출산업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어 한동안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1200원 선이 일시적으로 깨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일본의 무역 규제 등 악재들이 산적해 있어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 선으로 급락할 수 있다"면서도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 사태에 이어 외환시장까지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면 시장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에 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교역국과의 통화 약세를 지적하며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이 지적된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화이트리스트 배제에도 불구하고 외국 투자자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많이
일각에서는 수출 여건을 고려해 원화값 하락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 또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을 일시적으로 넘더라도 당국 개입으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높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