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인 여성 택시기사의 가슴을 수차례 만진 학교 교감 선생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광주고법이 내린 판결 내용입니다. 성추행을 당했지만, 여성은 나이가 들면 성적 수치심이 사라진다며 가해자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그야말로 '역대급' 판결이자 황당하다는 여론에 후폭풍이 거셉니다. 성적수치심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당하면 생기는 건데, 60대? 여자라서? 수치심이 없다라니요?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냐 이거죠. 나이 들거나 사회 경험이 많은 여성은 성폭력을 당해도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일까요.
재판부는 가해자가 25년간 학교에서 성실히 일했고,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그럼 성실한 사람은 성추행 좀 해도 괜찮고, 수십 년간 열심히 산 사람은, 그런 사람에겐 성추행을 좀 당해도 된다는 걸까요. 만취 상태였다는 걸 굳이 언급한 것도 요즘 국민 정서와는 너무나 거리가 멉니다.
게다가 여성 기사가 요금을 받기 위해 신고한 정황으로 미뤄 정신적 충격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한 재판부의 설명은 더 기가 막힙니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한 거잖아요. 그럼 피해자는 요금도 받지 않고, 신고도 하지 않고 구석에 엎드려 울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요. 이건 지난해 대법원이 내린 피해자 중심의 성인지 감수성 판결과도 역행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무색하게도 아직도 몸에 밴 차별의식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그걸 교정하려는 의지도 없다면 경력이 쌓일수록 그 법관은 말도 안 되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만 더 높아지는 거죠. 법관은 판단을 내리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이 오판을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합니다. 법관의 판단은 피해자를 보호해줄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판단이 과연 옳은 건지, 또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부디 자성의 눈으로 돌아봐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