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국내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을 짓누르고 있었던 미·중 무역분쟁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데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제재가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져야 유의미한 재고 감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0.51% 오른 주당 7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장중 한때 2.93%까지 주가가 올랐지만 장 막판 상승 폭을 반납했다. 삼성전자 역시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0.21% 올랐다. 이날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461억원어치, 삼성전자를 81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권업계에선 반도체주 상승이 22일(현지시간) 나온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반도체 보고서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재고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면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기존 5만10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올렸고,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투자 등급을 올리며 매수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목표 주가 역시 기존 6만9000원에서 9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도시야 하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메모리반도체 공급 교란과 반도체 업체 공급 조절로 인해서 예상보다 일찍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이키 다카야마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역시 "이제 2020년 반도체 업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며 "이는 메모리반도체 공급업체들의 과잉 재고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낸드메모리 업황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메모리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업황 개선 속도가 느릴 것으로 관측되는 D램 역시 낸드메모리 가격 반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가격 하락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메모리반도체 현물가격은 최근 들어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4 8Gb) 평균 현물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3.74달러로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발동된 지난 5일 3.03달러 대비 23.4% 올랐다. 낸드플래시 주력 칩 제품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반도체 원판(웨이퍼) 가격이 일주일 새 30% 이상 올랐다. D램익스체인지가 주요 메모리반도체 제품 가격과 생산량 추이를 지수화해 발표하는 DXI(DRAM Exchange Index)는 연초 2만6000선에서 이달 9일 1만7202까지 내려앉았다. 최근 들어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되살아나자 DXI는 보름여 만에 23%가량 상승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하반기 회복 전망을 제시하고, 현물 시장에서도 상반기와는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섹터에 대해 긍정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외국인들은 일찌감치 국내 반도체 투톱을 쓸어 담으며 반도체 업황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 1·2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23일까지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1조1639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
다만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턴어라운드를 위한 조건은 재고 감소이며, 이를 위해서는 거시경제 회복 또는 생산 차질이 필요한데 실적 시즌 콘퍼런스 콜을 통해 윤곽이 나와봐야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