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하나금융투자와 글로벌 펀드정보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EPFR)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이달 중순까지 총 64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채권펀드로 유입됐다. 이 기간 하이일드 채권펀드로 유입된 금액은 83억달러다. 두 펀드 모두 5월까지만 해도 순유출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들어 순유입으로 반전했다. 미국의 완화적 기조에 글로벌 중앙은행이 하나둘 동참하면서 자본차익을 노린 투자금이 고쿠폰 채권으로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부 해외 투자자들은 케냐, 토고, 튀니지 등 정크 등급 아프리카 국채에까지 기꺼이 돈을 싣고 있다. 고쿠폰 채권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케냐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 12%를 상회하며, 나이지리아는 연 14%, 잠비아는 연 29%가 넘는다.
블룸버그는 "앙골라가 발행한 2025년 만기 유로본드는 이달 들어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며 "채권금리 하락세가 가파른 만큼 최근 위험 선호 투자자들에게 채권의 질보다 중요한 것은 금리"라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 위안화 표시 채권으로도 올 들어 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한국 투자자들로 범위를 한정해도 채권 투자에 있어 위험 선호 현상이 관측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신흥국 채권펀드로 이달 들어 152억원,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펀드로 141억원이 유입됐다.
증권사로 들어오는 신흥국 채권 직접투자 관련 문의도 늘었다. 고액 자산가들의 주된 관심사는 여전히 달러 채권이지만 로컬 통화 표시 채권 문의 비중도 적지 않다. 브라질 국채가 국내에서 중개되는 신흥국 국채 대표 격인데, 올 들어 23%가량 수익이 나면서 환매 상담과 함께 신규 투자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 설명이다.
브라질 채권과 함께 멕시코 국영 석유기업에 투자하는 페소화 채권도 일부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24년 만기 채권의 연환산 세전 수익률이 연 11%를 웃돈다는 점이 위험 감수 성향이 높은 자산가들의 구미를 당기는 조건이다.
연초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하자 초기에는 선진국 채권을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펀더멘털이 취약하고, 환 변동성이 높은 신흥국 채권은 5월까지만 해도 좀처럼 자금이 모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주요 20개국(G20)
다만 신흥국 통화의 변동성이 높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설령 현지 통화 채권에 투자해서 10% 수익을 냈다고 해도 해당 통화 가치가 10% 이상 떨어진다면 도리어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