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유연구동기가 적용된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 마네킹에 입히고 작동시키자 4㎏ 무게의 바벨을 스스로 들어올렸다. [사진 제공=한국기계연구원] |
박철훈 한국기계연구원 첨단생산장비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옷감처럼 가볍고 돌돌 말 수 있으면서도 힘을 크게 증강시킬 수 있는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용 유연구동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유연구동기를 물체를 들어올리는 데 많이 쓰는 이두박근에 적용해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을 제작한 결과, 사람이 입으면 근육 힘을 거의 들이지 않고 최대 10㎏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6월 24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전류가 흐르면 수축하는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해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을 구현했다. 직경 0.5㎜ 이하의 가는 형상기억합금을 스프링 다발로 만들어 사람의 근육처럼 수축하며 힘을 낼 수 있는 20g 수준의 유연구동기를 개발한 것이다. 유연구동기를 전혀 힘이 없는 마네킹에 적용했을 때도 4~10㎏ 무게의 바벨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유연구동기는 이두박근 외에도 다리 근육 등 모든 근육에 확대 적용할 수 있다"며 "힘이 많이 필요한 부위에는 겹쳐서 힘을 보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웨어러블 로봇은 딱딱한 외골격형 로봇이 대부분이었다. 모터나 공압을 이용해 구동하는 방식으로 작동 시 소음이 있었다. 특히 무게가 7~20㎏ 수준으로 무거워 배터리가 떨어지면 사람이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비용도 최소 수천만원 수준으로 비싸 보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의 유연구동기와 배터리, 제어기 등을 모두 포함한 무게는 약 1㎏으로, 일반 성인이 입는 점퍼 수준이다. 근력 보조가 필요할 때만 로봇과 신체를 연동할 수 있어 전력 낭비가 적고, 유연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모두 소진됐을 때도 일상복처럼 입고 다닐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옷감 가격을 제외한 장치 가격만 10만원 내외"라며 "일반적인 의복 가격과 동일한 비용으로 웨어러블 로봇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상지 근력 보조를 넘어 어깨, 허리, 다리 등 전신을 보조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해 근로자뿐만 아니라 노약자의 일상생활을 보조할
박 연구원은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은 택배, 물류 등 신체 일부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분야의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고 향후 고령화 시대의 노동인력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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