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흉기 살해범 16시간 밤샘 대치 끝 투신 자살

↑ 경남 거제시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고층 아파트 옥상으로 달아난 박모(45)씨가 경찰과 대치 끝에 투신한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 현장 주변을 119 소방대원이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연관계를 의심해 전처가 근무하는 회사의 사장을 흉기로 살해한 40대가 경찰과 16시간의 밤샘 대치끝에 투신해 숨졌다.
9일 오전 6시께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주상복합아파트 20층 옥상에서 박모(45)씨가 투신했다. 박씨는 투신하면서 아파트 5층 창문과 출입구 지붕 등 두 차례에 걸쳐 먼저 충격을 받고 안전 매트 위로 떨어져 숨졌다.
박씨는 전날인 지난 8일 오후 2시17분께 이 건물 1층 복도에서 전처와 내연관계를 의심한 건설회사 대표(57)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옥상으로 도망갔다. 이후 박씨는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자살 시도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위기협상팀을 보내 박씨와 대화하고 커피와 담배, 컵라면 등을 제공하는 등 16시간 동안 밤샘 대치를 하며 설득 작업을 벌였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전처를 만나게 해달라. 전화 통화하게 해달라"는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다 박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경찰에 "약속을 못 지켜서 죄송합니다"고 말하고는 옥상 아래로 뛰어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날부터 대화하던 프로파일러에게 건넨 말로 추정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지난해 5월 가정불화로 이혼했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전처를 미행해왔다. 박씨의 전처는 경찰에 신변보호요청을 하기도 했다. 박씨의 전처는 살해된 건설사 대표가 운영하는 사무실에서 지난 2014년부터 근무하고 있었으며 사건 발생 당일 출장으로 사무실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투신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옥상난간에 앉아 있어 접근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커피와 컵라면 등을 요청하는 등 장시간동안 설득했으나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거제 = 최승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