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년 국고채 상장지수펀드(ETF)인 KOSEF10년국고채 ETF 최근 1년 수익률이 11.1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채 10년물만 담은 유일한 펀드인 NH-AmundiAllset국채10년인덱스 펀드 역시 같은 기간 수익률 10.59%를 올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당국이 금리 인하 신호를 보이고 있고 투자자들이 장기 채권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올해 말까지는 국고채 10년물 가격이 그대로 간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채권 중 가장 안전자산이라는 장기국채의 수익률이 다른 금융자산 수익률을 압도하는 성과를 거둔 것은 개인과 기관의 위험기피 심리가 낳은 결과다. 미·중 무역전쟁의 재발과 낮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우려로 향후 금리 인하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 투자자들이 장기채권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듀레이션이 긴 채권들을 선호하면서 시장에서는 단기채보다 장기채 몸값이 훨씬 더 많이 올랐다.
올 초 잠시 진정됐던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 확전에 나서자 다시 심화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순자산은 5월 중 3조7000억원 늘어났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증시 급락으로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고꾸라지자 은행 등 판매채널에서는 고객들 불만이 적을 국고채나 회사채 펀드로 주력 판매 상품을 바꿨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기채 펀드 수익률은 과거에 비해 높기는 하지만 1년 수익률이 4%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KBSTAR단기국공채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의 1년 수익률은 2.15% 수준이며 유진챔피언코리아중단기채펀드는 3.86% 정도다. 채권 쿠폰 수익률이 아닌 채권 가격 변동이 이처럼 단기채와 장기채 펀드의 수익률 차이를 벌려 놓은 것이다. 가파르게 오른 채권 가격 때문에 KOSEF10년국고채 ETF의 5년 수익률은 26.6%로 위험자산인 주식과 맞먹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장단기 금리 격차가 줄어들거나 일부 구간에서는 역전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기 침체 시 장기 금리가 하락해 장단기 금리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는 불플래트닝(bull flattening) 현상이 나타나면서 장기채 펀드는 채권 몸값 상승을 반영해 수익률이 크게 올라갔다.
금리 인하 전망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져 장기 금리가 더 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국고채 10년물의 수익률은 안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미 시장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한 상황이지만 국채 10년물 금리의 하락 여력은 더 남아 있다고 진단한다. 신동수 유진증권 연구원은 "지금 시장 분위기로 보면 미국과 중국이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하지 않는 이상 장기채 금리가 올라갈 이유가 없다"며 "향후 미·중 무역협상에도 악재가 남아 있을 수 있고 경기 둔화 시그널이 경기 침체로 바뀌면 국채 10년물 금리는 더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년물 금리 급락에 부담을 느낀 시장에서 1~2bp 정도의 금리 변동은 단기적으로 있을 수 있지만 금리 하향 추세는 그대로 가기 때문에 국채 10년 펀드의 수익률 역시 크게 꺾일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금리 레벨에 대한 부담이 단기적으로 있을 수 있지만 장기채 수요 자체는 큰 변화가 없을
채권형 펀드의 자금 유입과 수익률의 변수 중 하나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겠다"고 언급하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줬지만 시점은 올해 4분기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