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따르면 이들 인터넷은행의 5월 말 기준 예대율은 각각 63.7%, 60.6%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평균잔액(평잔) 기준으로 84.4%, 72.9% 수준이던 수치가 올해 1분기 만에 각각 64.9%, 61.6%로 곤두박질쳤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대율은 2017년 출범 이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60%대로 떨어진 건 올해 상반기가 처음이다.
예대율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도입한 지표로, 원화 대출금이 원화 예수금보다 적은 상태를 유지하게끔 규제하는 역할을 한다. 내년부터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가중치 15%가 더 적용된다.
이 때문에 대형 은행들은 예대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이벤트나 우대금리 혜택으로 예·적금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예대율이 너무 낮은 정반대 상황에 직면했다. 예·적금 잔액을 줄이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두 은행은 올해 초 연달아 금리를 낮추며 '예금은 줄이고 대출은 늘리는' 예대율 관리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3월과 5월에 연달아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총 0.3%포인트 내렸다. 신용대출 금리도 인하 시점 기준으로 총 0.46%포인트 인하했다. 케이뱅크도 3월과 4월에 '코드K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총 0.45%포인트 낮췄다.
그럼에도 선뜻 예대율이 오르지 못하는 건 유동성이 넘치는 시장 상황 영향이 크다. 부동산 규제 강화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은행권 최고 수준 금리를 보장하는 인터넷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몰렸다는 해석이다. 카카오뱅크 수신액은 지난해 말 10조8120억원에서 5월 말 16조8000억원으로 55%나 늘었는데,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9조826억원에서 10조7000억원으로 증가율 18%에 그쳤다.
인터넷은행 단기 예금 금리가 2금융권인 저축은행보다 높은 점도 이런 현상을 부추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6개월 만기 평균 금리는 1.66%로, 인터넷은행(1.7~1.8%)보다 낮았다.
아직 인터넷전문은행이 다각화된 대출 상품 라인업을 갖추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출범 이후 2년여 동안 은행권 최고 수준으로 예·적금 금리를 적용해 고객들에게 혜택을 준 한편 아직 대출 영업은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주요 주주인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잠정 중단된 후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으면서 일부 대출 상품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잇달아 예금 금리를 낮춘 결과 수신액이 4월 말 2조6400억원에서 5월 말 2조5900억원으로 감소했다"며 "적금과 자유입출금도 향후 추이를 보며 금리 수준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인터넷은행 대출은 대부분 소액 신용대출 위주라 금리를 낮춰도 잔액 증가 속도가 더디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대율은 수익성과도 연동된 지표라 80~90% 수준으로 관리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면서도 "당장 고객 수익과 관련된 예·적금 수치를 대폭 낮추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대출이 빨리 늘지도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대출을 줄여야 하는 대형 은행에 비해 늘릴 수 있는 여지가 많아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가계대출 규제로 대형 은행도 이자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인데 인터넷은행은 더 여건이 좋지 않다"며 "수신액을 낮추기보다 대출을 늘려야 하지만 영업 환경 자체가 부정적인
■ <용어 설명>
▷ 예대율 : 은행의 예수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중을 나타내는 건전성 관리 지표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정책적 목적으로 은행업 감독 규정에 따라 도입됐다. 규정상 월 평균잔액을 기준으로 산출해야 하지만 기사에는 변화 추이를 보기 위해 말일 잔액 기준 예대율도 활용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