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사진=영화 ‘기생충’ 포스터 |
봉준호 감독의 섬세함은 놀라울 만큼 지독했다. 러닝타임 내내 영화 ‘기생충’ 속 봉준호 감독이 숨겨 놓은 의미를 찾기 위해 눈은 빠르게 움직였고, 머릿속도 영화의 메시지를 기억해내기에 바빴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걷잡을 수 없는 만남을 그린 이야기다.
‘기생충’이라는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작품명은 대중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기생충’은 다른 동물체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 벌레를 뜻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흔하게 쓰이는 말이다. 남에게 빌붙어 사는 사람을 보고 ‘기생충 같은 사람’이라고들 표현하는데,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도 이를 뜻한다. ‘기생충’과 같은 삶을 사는 기택의 이야기를 시작해 전체적인 메시지를 그려내는데, 이는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이다. 비극과 희극이 섞인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우선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과 같은 삶을 사는 기택네 가족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옆집의 와이파이를 잡아서 쓰거나, 소독차가 지나가자 창문을 활짝 열고 집을 소독하거나, 누군가의 선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사는 모습 등은 찌질하지만 처절한 삶을 보여준다. 기택네의 삶을 설명하는 듯한 이러한 장면들은 진부하지 않게, 또한 우리가 한 번쯤 할 법한 행동들을 묘사함으로 공감을 자아냈다.
↑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들은 쉽게 풀어냈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이면에도 상징적 의미를 담아냈다는 점에 감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봉 감독은 대사 한 구절도, 장면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기택네 식구 향해 “네 개 중 하나는 불량”이라는 피자 사장님의 스쳐지나가는 말 안에도 풍자의 의미가 담겨 있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대사 안에는 봉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단서가 있었고, 이를 감감적인 연출을 통해 장면으로 풀어냈다.
‘기생충’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사회의 계층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이다. 한 장면을 꼽자면 홍수로 인해 지하방이 물로 잠기자, 지하방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변기 위에 앉는 기정(박소담 분)의 모습이다. 이는 소시민의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비극의 한 순간을 시각적으로 잘 그려냈다. 또한 어두운 분위기의 기택네와 달리 잔디가 펼쳐져 있고, 지하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분위기를 띄는 박사장의 집이 대비되며 재미를 더했다.
뿐만 아니라 절정으로 치닫는 기택네 가족의 감정 변화 과정과 순식간에 이뤄지는 장르의 변환이 덧대어지면서, 관객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봉준호 장르’에 빠져들고 만다. 이 같은 감정은 러닝타임이 끝난 이후에도 여운을 남기며, ‘봉준호 장르’를 되새기게 만든다.
봉준호 감독의
희비극이 얽힌 ‘기생충’,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그려낸 봉준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에 또 한 번 감탄했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신미래 기자 shinmirae9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