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법인 분할을 골자로 한 인수합병(M&A)안을 가로막고 나섰다. 위기에 빠진 조선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기업의 M&A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를 외면한채 울산 지역의 일자리 감소 등 노조측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며 현대중공업을 압박하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지역 표를 의식한 정치적 행태와 울산만을 고집하는 노조 등의 지역 이기주의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4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사들이려는 것은 그룹 경영권을 넘겨 주기 위한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은 더 이상 무리한 합병과 법인 분할을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중간 지주회사에 이익이 몰리면 회사의 부채는 노동자들이 있는 현대중공업에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며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이 이뤄져 본사가 서울로 옮겨갈 경우 울산공장은 부채만 남는 빈 껍데기가 될 것이고, 고용 형태나 임금 수준이 더 나빠지게 될 것이라는 현대중공업 노조 주장은 상식적"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에 대해서는 울산 동구가 지역구인 민중당 김종훈 국회의원도 반대 쪽에서 활동하고 있다. 울산에 지역구를 둔 야당 국회의원들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울산시가 마련한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 촉구 관련 국회의원 간담회'에는 자유한국당 의원 3명을 비롯해 울산 출신 국회의원 6명이 모두 참석했다.
울산시는 현대중공업의 법인 분할보다는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서울에 설립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최근 청와대 핵심 인사와 현대중공업그룹 고위 관계자를 잇따라 만나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에 설립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송 시장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도 "울산시는 조선경기 침체에서 비롯된 장기 불황과 큰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이 와중에 현대중공업의 본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울산을 떠나려고 해 불황 탈출에 안간힘을 쓰는 울산 경제의 전의를 상실케 한다"고 주장했다.
송 시장은 또 "한국조선해양이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요람'인 울산에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울산시는 향토기업인 현대중공업의 본사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를 위해 모든 행정·재정적 지원을 적극 강구하겠는 데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도 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