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는 1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19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2016년 4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도입에 관한 양해각서를 교환한 아시아 5개국(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태국) 관계자들이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싱가포르·대만·홍콩 등 향후 제도 참여를 고려 중인 국가들도 참석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유럽 펀드 시장의 룩셈부르크처럼 우리나라가 역내에서 주요 펀드 설정국 지위를 획득할 경우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고 대형 운용사가 출현할 수 있도록 '1그룹 1운용사' 원칙을 완전 폐지하는 등 모험자본인 사모펀드 시장의 자율성도 지속적으로 제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그룹별로 운용사를 1곳만 둘 수 있는 규제가 폐지될 경우 채권, 대체투자, 사모투자펀드(PEF)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운용사가 탄생하고 업계 간 인수·합병(M&A) 시장도 커지면서 보다 경쟁력 있는 운용사가 탄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그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했는데 국회에 막혀 가장 늦게 시작하게 돼 아시아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놓칠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Asia Region Fund Passport·ARFP)는 특정 펀드를 어느 한 회원국에서 '패스포트 펀드'로 등록하면 다른 회원국에서도 쉽게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예컨대 일본 A운용사가 설정한 B펀드를 패스포트 펀드로 등록해두면 이 펀드는 태국이나 호주 시장에서도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치면 출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일본과 호주 등에서 국내에 설정한 펀드를 판매할 수 있고, 외국 운용사 역시 국내에서 자사 펀드를 판매하는 데 제한이 없어진다. 회원국들 사이에는 펀드 운용과 판매에서 사실상 국경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동안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은 판매국 현지 자산운용사들과 제휴 형태로 재간접 펀드를 운용해왔다. 가령 국내에서 일본에 수출한 펀드로 돌풍을 일으킨 도쿄해상베트남주식 펀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상품 개발과 운용을 담당하고 있지만, 펀드 설정은 일본 도쿄해상자산운용이 맡았다. 펀드 패스포트 제도가 도입되고 나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현지 자산운용사를 찾지 않고 직접 펀드 관리가 가능해진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펀드에 대한 접근성도 개선된다. 국내에 설정된 대다수 해외 펀드는 해외 운용사들의 펀드 상품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구조인데, 제도 도입 이후에는 해외 자산운용사가 국내 시장에 직접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두 개의 운용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니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여지가 크고, 선택할 수 있는 상품 폭도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이날 환영사에 나선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펀드를 소개하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국내 자산운용사에도 글로벌 진출과 펀드 수출의 매개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도입이 우리나라 자산운용 시장이 한층 더 성장
[진영태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