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원장은 지난 26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최근 일고 있는 공시가격 논란은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정부 각 부처가 자신들의 행정 목적에 따라 자의적으로 공시가를 활용하면서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또 채 원장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주택 가격대와 상관없이 똑같이 올리면 별문제가 안되는데, 고가 주택에만 높게 반영한 것으로 비춰지면서 공정성 이슈가 불거졌고 논란이 증폭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채 원장은 "부동산 공시가격이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중요한 가격 정보로 활용되기 때문에 한쪽 면만 바라보면 안 된다"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토지제도가 정치적 목적에 휘둘리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채 원장이 줄곧 "공시가격 자체가 조세정책이나 복지정책을 담당하지 않는다"며 "꼬리(조세정책)가 몸통(공시가격)을 흔드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 이유다.
올해 감정원이 일부 표준주택 공시예정가를 한꺼번에 두 배 넘게 올린 게 합당하냐는 질문에 대해 채 원장은 "현실화율이 결국 100%까지 높아져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며 "지난해 급하게 오른 감은 있지만 서울 집값이 너무 올랐고 현실화율도 낮은 상황이라 한번은 겪어야 할 문제였다고 본다"고 답했다.
채 원장은 주택과 토지에 대해선 감정원이 일원화해 공시가격을 산출하고 이 플랫폼을 전 세계에 수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0년 전에는 자동차 기사가 최고의 기술직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운전할 수 있는 것처럼 30년 전에 만들어진 부동산 감정평가 시스템은 바뀔 때가 됐다"며 "민간 감평사는 대형 상가나 균일화되지 않은 동산 감정평가에 집중하고, 토지나 주택 같은 부동산은 감정원이 알고리즘 시스템을 통해 공시가격 산정·조사를 일원화하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