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역사문화 보존을 이유로 2017년 3월 정비구역을 직권해제한 사직2구역 모습. 지난 25일 대법원이 서울시의 직권해제가 무효라고 최종 판결하면서 재개발이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 사직2구역조합] |
26일 서울시와 정비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약 180가구의 단독·다세대주택으로 구성된 사직2구역은 2012년 9월 수립한 사업시행계획에서 재개발을 통해 최고 12층, 14개동 총 456가구 규모의 중저층 고급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장진철 사직2구역 조합장 직무대행은 "조합원 의견을 수렴해 중소형을 늘려 가구 수를 478가구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변경하거나 기존 사업시행인가대로 관리처분인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직2구역 바로 옆의 사직1구역은 '풍림스페이스본'(744가구)으로 10년 전 재개발이 마무리돼 광화문·종로 일대 업무중심지역을 도보로 출퇴근할 수 있는 유망 주거타운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서울시가 주민 의견 조사도 없이 직권해제를 강행한 이후 주거지 재생을 한다며 쏟아부은 300억원 규모의 혈세는 상당 부분 낭비가 우려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마을회관과 도서관 등 커뮤니티시설을 만든다며 용지 매입에 300억원 가까운 예산을 썼고, 이달부터 연말까지 6억원을 추가 투입해 도로 등 노후 기반시설 개선 공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대법원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시가 매입한 용지는 행정재산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예산 낭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활성화과 담당자는 "조합이 총회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하면 그에 따라 서울시가 보유한 땅을 어떻게 처리할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최근 종로구에 예산 6억원을 재배정해 연말까지 예정대로 노후 도로 및 상하수도 정비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역사문화 보존은 정비구역 직권해제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사직2구역과 같은 이유로 직권해제가 된 후 현재 도시재생을 추진 중인 종로구 옥인1구역과 충신1구역도 영향을 받아 다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22일 박원순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청에서 '옥인1구역 갈등 치유 및 상생협력 선언'을 발표했다. 핵심은 지역 내 생활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 200여 가구 주거 개선과 매몰비용 보조에 시가 약 25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인근 충신1구역 역시 주거환경 개선 및 매몰비용 보조에 100억원 넘는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서울시를 상대로 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도미노 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옥인1구역이나 충신1구역도 서울시가 재개발을 포기시키고 도시재생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지만, 사직2구역 판결에 따라 재개발 추진 목소리가 다시 나오거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대다수 주민이 원하면 재개발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세대주택은 기반시설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주차시설도 열악하다"면서 "주민들이 원하는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