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순위 청약'이라는 이름으로 잔여가구 추첨이 본격 시작됐다. 1·2순위 청약을 받아 정당계약을 마친 후 남은 가구를 건설사 자율에 맡겨 추첨하던 것을 아파트투유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추첨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작년 12월 초 국토교통부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시행됐다.
당시 국토부 고시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및 청약과열지역에서 계약취소 주택이 20가구 이상이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에게 추첨의 방법으로 공급한다'고 돼 있어 무주택자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잔여가구 추첨을 위한 '무순위 청약' 조건에는 주택 소유 여부가 반영되지 않았다. 왜일까.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통상적인 잔여가구 추첨에서 '무주택자 우선'의 원칙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 무주택자 우선 원칙이 적용되는 경우는 고시에 명시된 '계약 취소' 주택에 한해서다. 예를 들어 1순위 청약을 접수해 당첨된 사람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계약을 포기했거나, 가점 계산을 잘못해 '부적격자'로 분류돼 아예 탈락한 경우는 '계약 취소' 주택분이 아니라 '미계약'이다. 이 경우엔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잔여가구 추첨에 참여할 수 있다. 공급규칙 개정을 통해 다주택 현금 부자들의 잔치를 막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무주택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부여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말 그대로 '계약 취소'분이다. 어떤 사람이 부정 당첨으로 계약을 했다가 취소를 당했거나, 계약을 했다가 사정이 생겨 자발적으로 취소한 경우에 한해서 무주택자 우선 공급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물량은 사실 거의 없다시피하다. 대부분의 잔여가구는 '미계약분'이지 '계약 취소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투유'라는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3순위 청약'이 부활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무주택자에게 청약의 우선권을 주겠다는 취지는 다소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한 청약자는 "규칙이 바뀌어 잔여가구 추첨에서 해당 지역 무주택자에게 더 유리한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론 현금력이 강한 다주택자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무순위 청약의 인기는 어마어마한 상황이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는 1·2순위 청약접수를 하기 전에 무순위 청약을 위한 사전 신청을 미리 받았는데, 여기에 신청 접수를 한 사람이 1만4376명이나 됐다. 청약통장이 필요없고, 가점이 낮아도 청약에 당첨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수만 명 인
당첨자 이력 기록이 남지 않아, 추후 1순위 청약을 넣는데도 제약이 없다. 이미 성남 위례신도시 공급 '위례 포레스트 사랑으로 부영'에도 무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총공급 가구 수(556가구)의 4배에 가까운 2132건의 접수가 몰린 바 있다.
[박인혜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