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정범 감독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
영화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악질경찰이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악질 중 악질 조필호(이선균 분)와 거대 악의 오른팔 권태주(박해준 분)는 서로 다른 목적을 품고 팽팽하게 대립한다. 여기에 폭발사건 증거를 쥔 고등학생 미나(전소니 분)가 얽히며 이야기는 점점 어둠속으로 빠지고 만다.
이번에도 이정범 감독은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전작 ‘열혈남아’(2006), ‘아저씨’(2010), ‘우는 남자’(2014)로 이어져온 액션, 범죄물을 다시 한번 선택하며 안정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장르 자체는 통쾌한데 그 안에 자리한 이야기는 너무나 아프고 슬프다. 이정범 감독은 세월호 참사 이후를 이야기하기 위해 ‘악질경찰’을 택했다.
“마치 교무실에 끌려가는 기분이다. 여러 논란은 철저하게 예상한 반응이다. ‘우는 남자’ 개봉 전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매체에서 이야기하는 세월호를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약간의 죄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단원고에 갔을 땐 영화화 생각을 못했다. 다만 언론에서 보도되는 세월호와 사실은 크게 다르고 느껴졌고, 단원고에서 받은 충격으로 그로기 상태가 됐다. 이 이야기를 꼭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최근 이정범 감독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
이정범 감독이 ‘악질경찰’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미안하다’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에게 이 영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었다. 기성세대로서 느낀 죄의식과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영화의 저변에 깔려있다.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말은 ‘미안하다’는 것이다. 어른으로서 사죄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살아 돌아온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게끔 돕고 싶었는데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고 그 아이들은 이제 교복을 입지 않아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영화 주제나 진정성 때문에 건들게 되는 부분이 필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나. 그런 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여차하면 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렇게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영화를 보여드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취재를 하면서, 시나리오를 쓰면서 참 많이 울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영화 개봉 전 이정범 감독은 세월호 유가족 시사회를 진행했다. 두렵고 겁이 났지만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었다. 시사회 때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위통이 와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결국 모두가 영화관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온갖 시사회를 겪어봤지만 그때만큼 두려울 때가 없었다. 유가족들 얼굴을 볼 수가 없더라. 그런데 다음 날, 한 아버님께 고맙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 아버님께서 유가족들이 겪은 현실을 훨씬 야만적이었다고, 영화는 비할 바도 못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혹여나 영화의 뜻을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면 본인 이야기를 해드려도 된다고 하시더라. 오히려 저를 배려해주신 그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 영화에 대한 날 선 반응을 버틸 수 있었던 버팀목은 유가족들의 반응이었다. 그분들이 오해하지 않으신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 저는 아직도 자다가 일어나서 운다. 저도 이렇게 자다 일어나 울 정도인데 유가족들은 오죽하겠냐는 거다.”
↑ 최근 이정범 감독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
영화에서 미나는 세상을 떠난 친구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닌다. 어른들이 아무리 옷을 돌려달라고 해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여긴다. 이러한 모습은 이정범 감독의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나온 디테일이다.
“유가족을 알아보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