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KIA타이거즈 김기태(50) 감독이 7년 만에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보기 드문 투수 대타 기용. 입고 있는 유니폼과 상대팀만 달라졌을 뿐 여러모로 상황이 비슷했다. 그리고 7년 전 그때처럼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KIA의 기묘한 대타 카드가 나왔다. 한화에 7-13으로 뒤진 패색이 짙던 9회말 2사 1루에서 황대인 타석이었다. 한화는 투수를 마무리 정우람으로 바꿨다.
그러자 김기태 감독이 움직였다. 그라운드로 나와 심판진에게 뭐라 말했다. 대타 기용이었다. 그런데 대타가 KIA 3루쪽 더그아웃에서 나오지 않았다. 대신 외야 불펜에서 후드티를 입은 한 선수가 더그아웃으로 급하게 들어와 헬멧을 쓴 뒤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섰다. 우완투수 문경찬이었다. 문경찬은 가만히 서서 3개의 공을 지켜봤고, 3구 삼진을 당했다.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 KIA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의 불문율은 무엇일까. 7년 만에 투수를 대타로 기용한 김기태 감독. 사진=김재현 기자 |
김기태 감독이 투수를 대타로 기용하는 방식으로 불편한 감정을 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계를 6년 7개월 전으로 돌리면 비슷한 상황과 장면을 볼 수 있다. 김기태 감독은 당시 LG트윈스를 이끌고 있었다. 2012년 9월1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와이번스전이었다. 당시 SK는 이만수 감독이 이끌었다. LG가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후 역시 주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SK는 투수를 교체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SK 마무리 투수도 정우람이었다. 정우람은 2015시즌 후 FA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했다.
어쨌든 김기태 감독은 당시에도 대타로 투수 신동훈(현 SK)을 내보냈다. 당시 조계현 수석코치(현 KIA 단장)가 김 감독을 만류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지만, 김 감독은 단호했다. 그때처럼 신동훈은 정우람이 던진 공 3개에 삼진아웃을 당했고,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이후 김기태 감독의 결정은 논란이 됐고,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에 회부됐다. 김 감독의 행동에 ‘승리를 위한 최선을 노력을 소홀히 해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스포츠 정신을 훼손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제재금 500만원 처분을 내렸다.
김기태 감독이 뿔난 이유는 불문율이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한다.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도루를 하지 않고, 홈런을 때리더라도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등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는 더욱 엄격하다. 만약 큰 점수차에서 홈런을 날리고 격한 세리머니를 한다면, 투수가 던진 공은 타석에 들어선 다음타자의 머리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또 마무리 투수의 세이브 조건이 되지 않는데 마운드에 올리는 경우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최근 수년 동안 야구의 불문율, 특히 타고투저가 고착화된 KBO리그에서 큰 의미가 없는 흐름이다. 점수 차가 크더라도, 경기 막판 뒤집히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물론 이날 KIA와 한화전의 경우는 다르긴 하다. 주자도 없고, 아웃카운트 하나면 경기가 끝난다.
그래도 개막 후 실전 등판하지 못한 마무리투수의 기용 정도는 서로 양해할 수 있지 않냐는, 김 감독이 너무 감정적으로 반응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더 많다. 김 감독이 지나쳤다는 의견이 많다. 이미 과거에 투수를 대타로 기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심기를 표출했기에 더욱 그렇다. 한 야구인은 “김 감독은 유독 이런 불문율에 민감한 것 같다. 상대가 자신을 조롱했다고 보고, 굴욕감을 그렇게 바로 표시하는 것 같다.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김기태 감독에게 불문율은 무엇일까. 김 감독이 직접 이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감정적인 요소가 지배하게 되면 팀 운영이 정상적일리 없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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