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상회담이 결렬된 표면적 원인은 대북 제재 완화와 비핵화 수위 조절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정치적 이슈와 개입 역시 일정 부분 걸림돌이 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북한은 각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서 밝힌 합의 결렬 이유가 전혀 달랐다. 당분간 진실게임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결렬 자체를 확대 해석하기보다 이번 회담의 팩트만을 놓고 봐야 한다. 합의문은 존재했고, 서명에 근접한 것은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말로도 서명 직전까지 갔다고 했다. 이는 미·북 간 의제에 있어서 일정 부분 합의가 있었다는 것으로 미·북 간 대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결렬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북한과 미국 모두 서로 비난 없이 지속적인 대화 의지를 밝혔고, 차기 회담을 약속했다. 이번 정상회담 결렬이 끝이 아니라 궁극적 목표인 대북 제재 해제와 비핵화 합의를 이루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글로벌 금융시장 분위기도 단기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늠할 수 있는 한국 신용부도스왑(CDS)은 역사적 최저치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소폭 반등하며 29.59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지만 3월 1일에는 27일보다 낮은 28.93bp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정상회담 이벤트보다 미·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 합의로 가는 방향성을 반영 하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 결과가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지난주 말 코스피 급락에서 정상회담 결렬은 핵심 변수였다기보다는 좋은 하락의 빌미였다고 본다. 그동안 코스피는 기대감에 상승했고, 그 결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를 넘어섰다. 2월까지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상승 피로감과 추가적인 상승 동력 부재로 상승 탄력은 크게 약해졌다. 그러던 중 MSCI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축소되고,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확산됐다. 이에 맞물려 예상치 못했던 정상회담 결렬이 단기 급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분간 코스피 단기 매물 소화, 과열 해소 국면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더라도 상반기 코스피 베어마켓 랠리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상반기 중 단기 조정은 단기 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