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를 중심으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수도권 물류센터 개발사업에 국내 토종펀드가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1세대 펀드매니저'로 미래에셋그룹을 이끌던 구재상 회장의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이 경기도 이천시에 600억원을 들여 첨단 물류센터를 짓기로 한 것. '당일 배송'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의 급속한 성장과 기존 오프라인 매장 쇠퇴가 자연스럽게 수도권 물류센터 몸값을 높이고 있다.
20일 부동산 투자 업계에 따르면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은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신원리 소재 3만1000㎡ 나대지를 매입해 연면적 4만9500㎡ 규모 첨단 물류센터를 개발한다. 지하 1층~지상 3층 물류센터는 전층이 상온 창고로 이뤄지며, 수도권 당일 배송을 목표로 하는 택배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물류센터 프로젝트에는 토지비와 건축비를 포함해 총 6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은 우미건설, 동산물류,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건설·물류·금융 부문에서 다수 투자자를 참여시켰다. 건축 인허가 절차를 이미 완료하고 2020년 9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에 돌입했다.
이번 사업은 토종펀드가 국내 자금을 모아 수도권 물류센터 개발에 직접 나서는 첫 사례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수도권 변두리 교통 요지에 대형 물류센터를 짓고, 초우량 임차인과 장기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고수익을 올려 왔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이천시에서만 도이치자산운용과 블랙스톤 등 외국계 펀드들이 물류창고 6곳에 37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천시 호법면, 마장면 등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만나는 부근의 교통 핵심지 땅들이다. 이번에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이 사들인 땅은 지난해 하반기에 개통한 성남~이천 간 자동차전용도로(3번 국도) 부발IC 근처다.
구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입에서 전자상거래를 떠받치는 첨단 물류창고와 데이터센터를 부동산 투자의 가장 핫한 영역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 건 외에도 올해 상반기에 경기도 용인과 여주에 두 건의 물류센터 투자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펀드 투자 규모가 총 1조원을 넘어섰는데 이미 주식보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이 높다"며 "도심에서는 오피스와 호텔을, 외곽에서는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를 더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도권 물류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 들어와있는 글로벌 부동산서비스업체들도 '물류특화팀'을 신설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 영역에서 물류전문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장재훈 JLL코리아 대표는 "지금은 도심 한복판에 대형 백화점과 마트가 들어가있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런 대형 오프라인상가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첨단 물류센터가 자리잡을 수 있다"며 "지금도 외국 투자자들이 서울 외곽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곳은 첨단 물류센터다"라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