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 것처럼 일본은 아베 총리까지 나서서 '초계기 레이더 사건'을 갖고 한국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이 왜 이렇게 집요하게 갈등에 부채질을 하는지가 궁금한데요.
국방부 출입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연장현 기자!
사건 정리부터 한번 간략하게 설명해주시죠.
【 기자 】
지난 20일 오후 독도 동북방 180여km 지점 한일중간수역에서 북한 어선이 조난당했습니다.
이를 구조하기 위해서 우리 해경함정과 한국형 1호 구축함인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출동했고요.
당시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이를 발견하고 여러 차례 근접 비행을 했고, 이후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우리 광개토대왕함이 초계기에 공격용 레이더를 조준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제 오해 불식을 위해 한일 실무화상회의 열려서 2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국방부는 "우호적인 분위기였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만인 어제 일본 정부가 당시 초계기에서 찍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 질문 2 】
어제 일본이 공개한 영상, 13분가량 된다는데 거기서 어떤 내용들이 확인됩니까?
【 기자 】
영상을 함께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초반부를 보면 조난 어선으로 보이는 배 1척과 구명보트 2척, 우리 해경 함정이 보이고요.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큰 배가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입니다.
이 정도 크기로 함정이 촬영됐다는 건, 반대로 초계기가 아주 낮게, 저공비행하고 있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영상 중후반부에는 일본 측이 우리 함정에 교신을 시도하는 내용도 들립니다.
▶ 인터뷰 : 일본 초계기 조종사
- "귀함의 FC(사격 관제) 안테나가 우리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귀함 행동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목소리를 들어보시면 공격용 레이더로 조준 받는 상황 치고는 조종사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느껴집니다.
또 무전 이후에도 초계기가 우리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멀어지려는 회피기동하는 등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질문 3 】
상식적으로 사격 조준 레이더를 받았으면, 피해야 되는데 일본 초계기는 왜 오히려 다시 광개토대왕함으로 다가갔다고 합니까?
【 기자 】
일본 측은 "광개토대왕함 사격 관제 레이더 안테나의 방향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위협이 아닌 확인 차원에서 저공비행을 한 것이라는 주장인데요.
하지만 우리 군은 "우리 함정의 함장과 승조원들이 초계기의 저공비행에 굉장한 위협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보통 초계기가 300m 고도를 유지하면서 비행하던 걸 고려하면, 이번에는 150m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또, 초계기가 사격 관제 레이더를 감지하면, 경보음이 울리는 게 정상인데 일본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그런 경보음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 질문 4 】
그런데 일본 측도 아까 본 것처럼 3차례에 걸쳐서 우리 함정에 교신을 시도했던 것 같습니다.
이 때 서로 얘기만 잘 됐으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 같은데요.
【 기자 】
합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무전 교신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잡음이 심했고, 교신상태도 약했기 때문에 우리 측이 들은 단어는 Korea Coast, 즉 해경을 가리키는 단어 정도였다고 합니다.
해군을 가리키는 Korea Navy가 아닌, 해경을 향한 교신 시도인 것으로 생각했다는 겁니다.
이외에도 당시 조난 어선 구조작업에 열중하던 중이었고, 구조작업이 마무리 될 무렵에는 초계기가 이미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멀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 질문 5 】
당시 교신상태만 좋았더라면 서로 오해 없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법한 일로도 볼 수 있겠군요.
그런데 다른 걸 감안하더라도, 일본이 좀 이 문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 같은데요.
【 기자 】
네, 앞서 리포트에서도 보셨듯이 일본은 아베 총리까지 나서서 이번 일을 키우고 싶어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사안에서 주목할 것은 일본이 해상자위대를 해군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아베 일본 총리는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신종우 /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 "일본의 극우 언론이라든지 정치권에서 반한감정을 이용해서 정치적 이득을 얻어보려는 게 아니냐…."
이번 사안을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일본의 정치적 술책에 말려드는 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방부는 선제적으로 대응해 일을 키우기보다는, 추후 객관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우리 측의 입장을 밝히면서 일본 측과 계속 협의해 나간다는 입장입니다.
【 앵커멘트 】
인도적 구조 활동을 하던 우리 배에 군용기로 위협적인 비행을 하고는, 책임은 또 우리한테 넘기는 일본.
'적반하장도 유분수다.'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연장현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