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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의 12월 18일 뉴스초점-사고에 방치된 '김용균들'

기사입력 2018-12-18 20:26 l 최종수정 2018-12-18 20:48

300번의 징후와 29번의 작은 사고가 일어나면 반드시 한 건의 큰 사고가 일어난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부분의 사고는 예고된 재앙이기에 작은 사고라도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수많은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인데, 대부분의 국가는 이 법칙을 따르고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외입니다.

최근 한 달 동안 산업재해가 매일 발생해 하루 2명꼴, 한 달도 안 돼 50명이 사고로 숨졌거든요. 이 때문에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은 1위, 경제적 손실도 연 22조 원에 달합니다. 말 그대로 부끄러운 나라가 된 겁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2인 1조 근무 원칙만 지켰어도, 안전 규칙만 제대로 알려 줬어도, 예방할 수 있었던 게 대부분입니다.

일주일 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야간근무 중 숨진 김용균 씨도, 2인 1조란 아주 기본적인 근무 수칙만 따랐어도 24살에 목숨을 잃진 않았을 테고, 부산 폐기물 처리장에서도, 유독 물질의 위험성만 제대로 알렸더라도 3명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법을 지키지 않아 근로자가 목숨을 잃어도 그 책임은 열악한 하청업체가 지게 되다 보니,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알려지지 않는 사고가 더 많겠지요.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 아람코는 현장 안전 규정만 500페이지에 달합니다. 그러다보니 근로자와 기업이 이를 모두 숙지할 수 없어 안전 요원들을 따로 고용해 현장 곳곳을 순찰시킵니다. 그들은 위험신호가 감지되면 즉각 작업을 중지시키는 권한도 갖고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는<기업 살인법>을 도입해, 사망사고 시, 원청업체도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영국은 법 제정 7년 만에 사망사고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 노동을 어떻게 보느냐가 그 나라의 선진성을 보는 기준이라고 하지요. 규정이 있어도 지키지 않고, 지키지 않아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 국민소득 3만 달러라고 하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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