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스타트업·벤처기업을 돕기 위한 정부의 정책자금이 중복 지원 등으로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9년 동안 기업 한 곳에 10차례 이상 정책자금이 중복 지원된 사례가 모두 53개로 조사됐다"며 "지원 규모를 합치면 2461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정책자금을 받아 부채비율이 1만%가 넘고 영업이익률이 거의 없는 한계기업들에게 연명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자금을 중복 지원 받은 기업의 실적 개선 효과가 미비하다는 자료도 조사됐다. 최인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9년 동안 정책자금을 10회 이상 중복 지원 받은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290.5%로, 전체 중소 제조기업의 평균 부채비율 152.2%보다 높았다. 또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7%로 전체 중소 제조기업의 영업이익률 5.3%와 큰 차이가 없었다.
최 의원은 일선 현장에 정책자금 브로커가 난립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중기부를 비롯한 정부가 정책자금 브로커 근절 대책을 펼치고 있는데도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브로커성 사이트라고 의심할 수 있는 사이트가 140건 이상 검색 됐다"며 "대부분 비전문가로 추측되는 사람들이 자격 없이 기업평가 과정에 개입해 수수료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대리인 실명제 같은 개선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서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등 스타트업·벤처기업을 위한 정부 정책자금 신청 과정에서 사업계획서를 대신 써주는 '대필(代筆) 브로커'가 난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외주 인력사이트 크몽(KMONG) 등 온라인에서 '기술혁신형 창업기원 지원사업' 같은 정부 정책자금 신청에 필요한 사업계획서를 대필해준다는 광고가 나온다"며 "그 중에는 현재 팁스 운용사 투자기획 과장이나 현직 평가위원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본인이 쓰고 본인이 평가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지원금을 받았을 때 성장할 수 있는 회사들이 지원 혜택을 못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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