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공지’를 수락하는 순간, 고문은 시작된다. 박철민 김인권 정상훈, 여기에 새얼굴 김성철 손담비가 가세하지만 이미 산으로 가버린 영화를 되돌릴 순 없다. 패배가 결정된 명품 웃음꾼들의 애처로운 고군분투다.
영국 원작의 문학적 코미디, 그리고 ‘코믹꾼’ 김인권 정상훈의 만남으로 시선을 끈 영화 ‘배반의 장미’(박진영 감독, 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가 베일을 벗었다. 배우들의 연기를 제외한 모든 게 진부함 그 이상의 실망감을 안긴다. 찰나의 웃음에 만족하기엔 99분의 러닝타임은 너무도 길다.
영화는 슬픈 인생사를 뒤로하고 죽을 결심을 했지만 아직 하고픈 것도, 미련도 많은 세 남자와 한 여자의 특별한 하루를 그린다.
감독은 입시 문제, 직장과 가정 등 보편적 사회 이슈를 4인4색 캐릭터에 유머와 함께 녹여내지만 공감도 웃음도 끌어내질 못한다. 이들의 사연은 저마다 진부함의 끝을 보여주고, 개그 코드 역시 늘 봐오던 1차원 적인 조폭물 코드와 섹시 코드, 촌스러운 말장난으로 버무려져 있다.
영화는 박진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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