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는 셀트리온이 올해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률 50%라는 '꿈의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일부 증권사는 셀트리온이 미국 시장에서 실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재고 증가에 따라 향후 실적이 후퇴하고, 이에 따라 주요 주주들이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서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9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셀트리온을 1조50억원어치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 관계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개인 순매수 규모는 1조3681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에서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제품을 공급받아 글로벌 유통업체에 판매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실적이 셀트리온 복제약의 국외 실적인 셈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최대주주(지분율 35.8%)다.
증권사 바이오 업종을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하나의 회사로 보는 만큼 이를 적용하면 올 들어 셀트리온에 개미들이 2조원 넘게 베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셀트리온 실적이 나무랄 데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 평균을 기준으로 올해 예상 매출은 1조1477억원으로 작년보다 20.9%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10.2% 증가한 5752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률은 50%에 달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셀트리온 주력 제품인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가 유럽 시장에서 꾸준히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작년 원료의약품 생산 실적 1~3위는 모두 셀트리온이 차지했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올해 유럽 시장점유율은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램시마보다 이익률이 높은 트룩시마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영업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미국 시장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에서 '램시마'를 '인플렉트라'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다. 이 제품의 6월 말 기준 미국 시장 점유율은 8.1%다. 올해 말 셀트리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쥬마'와 '트룩시마' 판매 허가를 앞두고 있는데, 개인투자자는 향후 성장 기대감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당국이 바이오·제약업계 연구개발(R&D) 비용 회계 처리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셀트리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잡으면 장기간에 걸쳐 회계에 반영되지만 비용으로 처리하면 영업이익이 일시적으로 감소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연구개발비 2270억원 중 1688억원(74.4%)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해 업계에서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큰 신약개발사업의 특수성을 주장하며 항변했고, 최근 김용범 금융위원장이 업계 회계 기준을 완화하겠다며 업계 입장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 주가는 이달 들어 7일까지 3.5%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작년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2%에 달해 처음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난치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같은 업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폐지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셀트리온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셀트리온 실적 경고가 향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유통·판매를 맡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최근 실적 부진을 근거로 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2분기 실적 악화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글로벌 파트너사들의 재고가 상당하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향후 이들 회사가 재고 축소에 나서면 셀트리온의 매출 성
일각에서는 주요 투자자의 대량 매도 가능성을 들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이자 셀트리온그룹 초기 투자자인 테마섹은 지난 3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가운데 일부인 1조원가량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현금화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