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른바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기존 헌재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헌재는 30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등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심판대상 조항은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유 중 법원의 판결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사건 법률 중 '법원의 재판'에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면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과거에 선고해 위헌 부분을 제거했고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 같은 선례를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1992년 12월 24일 원칙적으로 종국재판(법원에서 소송절차 종결시키는 재판), 본안 전 소송 판결, 가처분신청 결정 등은 재판소원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다만 1997년 12월 24일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따르지 않고 판단한 재판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한정위헌을 결정한 바 있다. 한정위헌은 법률 자체의 효력은 유지하지만 해당 법을 놓고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할 때 특정한 해석기준을 제시함으로서 위헌적 요소를 없애는 변형결정 중 하나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에 대한 기속력(구속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즉 대법원은 법률의 해석권한은 사법권의 본질로 헌재가 한정위헌이라는 명목하에 법원에 법률의 해석 또는 적용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따르도록 기속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에 반하고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다고 판례를 통해 밝힌바 있다. 즉 사실상 4심제가 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헌재가 재판소원에 대한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일각에서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주장하는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한 재판소원 제기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입법을 통해 헌재의 한정위헌의 기속력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47조(위헌결정의 효력)를 개정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헌재 등에서는 입법을 통해 한정위헌에 대한 기속력을 강제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헌재는 또 이날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생활지원금 등 보상금을 지원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김모씨 등이 민주화보상법 18조 2항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사건 등 38건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결정했다.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경우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현행 민주화보상법은 위헌이라는 얘기다.
심판대상 조항은 민주화 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지급 결정을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면 판결이 확정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해 피해자는 더 이상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헌재는 이와함께 과거사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 민법상 소멸시효제도를 적용하는 것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이 모씨 등이 소멸시효제도를 규정한 민법 166조 1항 등이 과거사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도 적용되는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 등 9건에 대해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울러 국가정보원의 인터넷회선 '패킷 감청'의 근거가 된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채종원 기자 / 부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