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 [AP = 연합뉴스] |
김 위원장은 오는 11~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친서를 통해 초청했음에도 끝내 참석을 거절한 것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지난 20일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동방경제포럼에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 극동 개발 활성화를 위해 푸틴 대통령이 공들이는 국제포럼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위원장 집권 이후 한번도 러시아를 찾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이유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참여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남·북·미·중 위주로 전개되자 '러시아 목소리 높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외교 관례상 '형님'인 푸틴 대통령이 먼저 북한을 찾을 수 없어 김 위원장의 방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방러 거절은 북중관계 회복과 맞물려 있다. 지난 2013년 김 위원장이 고모부이자 친중인사인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북·중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새로운 조력자로 러시아를 물색하면서 북·러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당시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이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먼저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회복되면서 러시아는 다시 '찬밥'이 됐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초청은 거절하면서도 올해 두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사회주의 종주국'으로서 러시아의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방러 거절은 러시아의 대북한 영향력 쇠퇴를 반영한다. 현재 러시아와 북한의 연간 교역 규모는 1억 달러(1122억원)로 북·중 교역의 2%도 되지 않는다. 자원 부국인 러시아가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 등이 필요하지 않아 활발한 교역이 이뤄지기 힘들다. 러시아가 경제를 지렛대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 이후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가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을 여러차례 왕복비행한 것이 방러설을 뒷받침한다. '참매 1호'가 장거리 비행이 불가능한 만큼 블라디보스토크에
북한 정상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지난 2011년 8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탄 특별열차를 타고 러시아 시베리아 부랴티아 공화국에서 대통령이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회담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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