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상철 기자] “결선 준비를 해야 해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100m 준결선을 마친 후 김국영(27·광주광역시청)은 동선이 지그재그로 된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경기장의 믹스트존을 빠르게 지나갔다. 그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10초33. 준결선에 오른 24명의 선수 중 8위였다. 상위 8명까지 결선에 나갈 수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김국영의 세 번째 아시안게임이다. 세 번째 도전 끝에 결선에서 뛸 기회를 얻었다. 이전 두 대회는 준결선 탈락이었다.
↑ 김국영(오른쪽)이 26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100m 결선에 출전해 역주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
두 시간여 후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는 김국영의 발걸음은 느렸다. 그리고 표정도 어두웠다. 후련하다는 기분이 아니었다.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치자고 다짐했건만, 후회가 남는다.”
2번 레인의 김국영은 출발 총성과 함께 힘차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온힘을 다해 달렸다. 기록은 10초26. 예선(10초41)과 준결선(10초33) 보다 빨랐으나 개인 최고 기록(10초07)은 물론 시즌 베스트(10초20)에도 미치지 않았다. 김국영은 8명 중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예선에 힘을 비축해 결선에 쏟겠다는 전략이었다. 결선까지 올랐으니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그럼에도 김국영은 결선 최하위였다. “결선에 오르려고 나름 전략을 썼다. 아시안게임 첫 결선 진출이나 8등을 했다. 실력으로 졌다. 어떤 말을 해도 다 핑계다.”
김국영은 한국 최고의 스프린터다. 그의 최고 기록은 곧 한국 최고 기록이다. 2010년 6월 7일 故 서말구의 기록(10초34)을 경신한 후 그는 한국 육상 단거리의 간판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고독했다.
“한국 기록을 계속 경신했지만 나만 강해진 것이 아니다. 아시아 육상이 강해졌다. (상향)평준화가 된 인상이다. 솔직히 힘에 부치긴 하다. 10년 가까이 간판선수로 있으면서 힘들었다. 나도 잘하고 싶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잘 안 되니 그것이 너무 힘들다.”
김국영은 인터뷰 도중 북받치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등을 돌려 눈물을 닦기도 했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으나 포기할 수 없었다. 김국영은 한국 육상의 미래를 이어주는 현재이기 때문이다.
“일본, 중국처럼 선수층이 두꺼워 경쟁자가 2,3명 있었다면 어땠을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조심스럽기는 하다. 처음 한국 기록을 깨면서 부담이 됐지만 지금은 책임감이 더 크다. 나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 육상 꿈나무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또한, 응원도 많이 받고 있다.”
계속 부딪힌다. 멈출 수 없는 도전이다. “경쟁자 여부를 떠나 내가 가야 할 길을 묵묵하게 가고자 한다.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부딪힐 것이다. (다른 나라의)기록이 계속 경신되고 있다. 나도 분발해야 한다. 겨울에 실내 육상을 하는 추세다. 체력 훈련 대신 실내 육상을 해보는 걸 논
그의 다음 도전은 곧바로 시작된다. 김국영은 이번 대회에서 100m 외 200m(28~29일) 및 400m 계주(29~30일)에 참가한다.
“오늘 이렇게 졌다고 처져 있지 않을 것이다. 200m와 400m 계주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이를 갈고 뛸 것이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