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기는 전일 대비 4000원(2.61%) 하락하며 14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화콘덴서는 전일 대비 3500원(4.22%) 떨어진 7만9400원을 기록하며 두 달 만에 8만원 선 아래로 내려갔다. 장 초반 상승세로 출발한 두 기업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대만 야게오와 화신 두 기업 주가가 각각 5.84%, 7.96% 급락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야게오와 화신이 2분기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로 하한가를 기록하자 삼성전기도 6.13% 하락했다. 삼화콘덴서는 전일 대비 9.41% 내렸다. 8월 6일에도 야게오와 화신이 급락하자 삼성전기와 삼화콘덴서는 전일 대비 각각 4.42%, 7.88% 떨어진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생산 증설로 공급이 늘어나 MLCC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최근 MLCC 공급 부족이 계속되면서 삼성전기뿐만 아니라 일본 무라타와 중국 업체들까지 경쟁적으로 라인 증설에 뛰어들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에 따라 전류를 일정하게 흐르도록 만드는 초소형 부품으로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에 필수적으로 탑재돼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최근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MLCC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삼화콘덴서는 연초 대비 2배가량 주가가 올랐고 삼성전기도 80% 뛰었다. 대만 업체들은 2년간 평균 10배가량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만 업체들과 삼성전기 간 주가 동조화 현상이 오래 이어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나 일본 무라타처럼 시장점유율이 큰 업체는 고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초소형 고용량 MLCC 제품을 생산하는 반면 대만 업체들은 저가형 제품 생산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삼성전자나 애플과 같은 글로벌 IT 업체들과 장기 계약을 맺고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대만 업체들은 전략 고객도 없고 중저가 IT 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어 매출 구조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만 업체 주가 상승폭이 삼성전기나 삼화콘덴서에 비해 컸다는 점도 대만 업체 주가 조정폭이 더 큰 이유 중 하나다.
전기차와 5G 통신 도입, 스마트기기 고사양화 추세를 볼 때 MLCC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삼화콘덴서는 삼성전기와 달리 대만 업체와 일부 제품군이 겹치기는 하지만 역시 대만 업체보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주가 동조화 정도가 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화콘덴서 주가가 그동안 큰 폭으로 오른 만큼 대만 MLCC 업체 주가가 조정에 들어갈 때마다 소폭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업계 전체적으로 생산설비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MLCC 업황 자체가 꺾이지는 않아 주가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주요 업체들 증설 효과가 내년 하반기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최소 1년간은 수요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가 차량용 MLCC를 생산해 주요 글로벌 부품업체에 이미 공급하고 있어 IT 제품뿐만 아니라 차량용 MLCC 역시 매출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기와 삼화콘덴서는 하반기 실적 역시 상반기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주가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김 연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화콘덴서는 제품가격 인상 효과로 2분기 영업이익이 203억원으로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