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웨덴] 족집게가 못 된 신태용의 ‘변칙’

[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이상철 기자] 신태용 감독의 트릭과 변칙은 ‘족집게’가 되지 못했다.
한국과 스웨덴은 18일(한국시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만나기도 전에 불이 붙었다. 언론플레이에 스파이 논란까지 불거지며 신경전을 벌였다. 두 팀 감독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었다.
경기 하루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날선 대립 속 ‘스파이’에 대한 질문이 끊지 않았다. 두 팀은 그 동안 서로의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평가전은 물론 훈련 현장까지 찾아갔다. 그 과정에서 스웨덴 전력분석관이 한국의 비공개 훈련을 몰래 관찰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 한국과 스웨덴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F조 1차전. 사진(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옥영화 기자

신태용 감독과 안데르손 감독은 무마에 나섰다. 안데르손 감독이 “비공개 훈련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한다. 분명한 것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도 “서로를 이기기 위해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상대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것 같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 감독은 나름대로 얻을 정보를 다 얻었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분석도 마쳤다고 했다.
안데르손 감독은 감출 게 없다면서 “한국전 베스트11은 (마지막 평가전이었던)페루전과 거의 유사하다 난 트릭을 두지 않는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은 숨기고 싶어도 숨길 게 없다. 누가 나올 지는 우리도 다 알고 있다”라고 응수했다.
두 감독의 발언대로 스웨덴은 큰 변화가 없었다. 4-4-2 포메이션을 유지했으며, 라인을 내려 수비를 두껍게 하는 것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린델로프가 감기 증세로 결장한 것이 유일한 변수였다.
초점은 스웨덴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직전 네 차례 평가전에서 베스트11을 계속 바꿨다. 조금씩 윤곽이 잡혔지만 후방에 해당한다. 신태용 감독은 끝까지 정보를 숨겼다.
“한국의 전형 및 선수 구성이 다양했지만 팀 전체에 대해 파악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신태용 감독은 “누가 어떻게 나올지 스웨덴은 헷갈려 할 것이다. 우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만 최대한 숨기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신태용 감독은 ‘변칙’을 썼다. 김신욱, 손흥민, 황희찬 등 3명의 공격수 옵션을 한꺼번에 썼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세 명의 선수가 함께 선발 출전한 적은 없었다. 교체에 따른 전술 변화로 잠깐 뛰기도 했으나 총 92분에 불과했다.
전반 5분 손흥민의 프리킥을 김신욱이 헤더 슈팅으로 연결했다. 한국의 전반 45분 유일한 슈팅이었다.
핵심은 김신욱과 구자철의 조합이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스웨덴이 공격을 펼칠 때 한국은 4-4-1-1 포메이션이었다.
볼을 가로채면 측면의 손흥민에게 패스해 빠르게 역습을 전개했다. 전반 15분과 전반 34분, 그렇게 기회를 엿봤다. 손흥민은 70m 드리블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의 역습이 예리하지 못했다.
김신욱 선발 출전 카드도 안데르손 감독이 고려한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스웨덴 수비는 김신욱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한국의 크로스가 부정확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김신욱은 스웨덴 수비를 흔들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20분 VAR에 의한 페널티킥 실점 후 공격에 비중을 뒀다. 정우영, 이승우를 투입하며 황희찬, 손흥민이 적진 깊숙이 침투했다. 그러나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 파괴력이 떨어졌다. 세트피스 기회를 얻었으나 슈팅으로 연결하지도 못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