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상철 기자]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는 무난한 첫 승을 올릴까. 외부 평가는 낙관적인 반면, 자국민은 비관적이다.
21번째 월드컵인 2018 러시아월드컵이 개막한다. 공식 첫 경기는 15일 오전 0시(한국시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전이다.
개막전이자 개최국의 첫 경기로 관심을 모으나 매력은 상당히 떨어진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기준으로 본선 진출 32개국 중 31위와 32위의 맞대결이다. 러시아는 70위로 가장 맨 밑이며 사우디아라비아가 3계단 높은 67위에 머물러 있다.
↑ ‘우리 잘 할 수 있을까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러시아의 체르체소프 감독(왼쪽)과 사메도프(오른쪽). 사진=ⓒAFPBBNews = News1 |
12년 만에 유럽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다. 유럽 개최 월드컵은 이번 대회가 11번째다. 이전 10번의 대회에서 유럽 개최국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4번이다. 1998 프랑스월드컵은 마지막 개최국 우승 대회이기도 하다.
러시아가 우승에 도전할 상황은 아니다. 러시아 국민부터 코웃음을 치고 있다. 개막이 다가올수록 월드컵 열기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지만 예년 월드컵과 비교해 들끓고 있는 온도는 아니다. 그 열기도 전 세계에서 날아온 축구팬이 지피고 있다.
대체로 차가운 분위기다. 성적 부진이 심각하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한국을 4-2로 꺾은 이후 승리가 없다. 터키를 상대로 가진 최종 모의고사도 1-1로 비겼다. 최근 7경기 연속 무승(3무 4패)이다.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니 기대치가 떨어졌다. 러시아가 내세울만한 것은 스페인과 3-3으로 비긴 것 밖에 없다. 아르헨티나(0-1), 스페인, 브라질(0-3), 프랑스(1-3) 등 강호를 상대한 적도 있지만 이란(1-1), 오스트리아(0-1), 터키(1-1)를 이기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FIFA 세계랭킹이 역대 최저인 70위까지 추락했다. 뚜렷한 반등 요소도 보이지 않는다.
주요 베팅업체는 러시아의 개막전 완승을 예상했다. 러시아의 승리가 약 1.4배인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는 약 9.4배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연패 중이나 이탈리아, 독일을 상대로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몇몇 러시아 국민은 자국 축구에 대해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난 열혈 축구팬 아르투르 씨는 “현재 대표팀 전력으로는 한 골도 넣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개막전 상대지만 0-0으로 비기지 않을까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러시아축구의 비리와 더불어 막대한 돈을 퍼붓고도 성과가 없는 데다 잦은 감독 교체로 대표팀의 줄기가 끊겼다고 비판했다.
16강 토너먼트가 도입된 1986 멕시코월드컵 이후 유럽 개최 월드컵에서 개최국의 준결승 진출 확률은 100%였다. 러시아는 홈 이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큰 경기에 약하다는 인상도 강하다. 최근 메이저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은 물론 2012 및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조별리그 탈락했다. 1년 전 러시아에서 열린 2017
아르투르 씨는 “러시아가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준결승) 이후 메이저대회에서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차라리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를 중용하며 세대교체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