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대주주 측 우호 지분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개인지분을 포함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한진칼, 정석인하학원 등 33.03%다. 국민연금의 지분은 12.45%로 대주주 우호 지분보다는 낮지만 소액주주 및 기타 주주의 지분이 54.52%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표 대결 가능성도 있다. 다만 주총 결과에 따라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경영에서 손을 뗀다 하더라도 오너일가가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28.95% 가지고 있어 대한항공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은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외국인투자자나 소액 주주들이 사내이사 해임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해야 가능하다. 단순 투자로 지분 참여 목적을 밝힌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소집이나 경영진 해임 안건을 상정하게 되면 자본시장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공개 서한과 비공개 경영진 면담 등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압박을 위해 쓸 수 있는 견제 장치의 최대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금운용본부와 전문위가 대한항공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현행법상 경영권 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앞두고 대한항공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첫 사례가 되는 것 같다"며 "현 단계가 국민연금이 경영권 간섭이라는 논란 없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이지만, 경영진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추가 압박 수단을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국민연금의 공개서한 발송 등에 대해 "서한을 접수했으며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국민연금이 개별 기업 경영에 대해 이번처럼 강한 목소리를 낸 전례가 없어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나선 만큼 조 회장도 진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조 회장 거취 결정의 1차 분기점이었다면 국민연금 개입은 2차 고비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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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웅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